원화 거래소 상장→투기수요→가격 폭등
일부 코인, 한국 비중 90%..개인 간 '폭탄돌리기'
[뉴스핌=김선엽 기자] 비트코인에 열광하던 개인들의 투기 열풍이 알트코인, 일명 ‘잡(雜)코인’으로 옮겨 붙었다. 대형주에 흥미를 잃은 주식투자자가 변동성이 큰 코스닥의 소형주를 찾아 헤메는 것과 흡사하다.
국내 대형 가상통화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 거래액만 하루 11조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비트코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알트코인이 사고 팔린다는 점이다. 일부 코인은 한국의 거래소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국내 투기수요가 붙으면서 알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무관하게 국내 투자자 간 위험한 '폭탄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비트에서는 알트코인을 원화 또는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다. 위 표는 원화 거래액만 집계한 것이다. 글로벌 거래액에 업비트 거래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19일 오후 1시 기준, 출처 : 업비트 & 코인힐스> |
19일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업비트에서 거래된 알트코인 거래액이 6조3000억원에 이른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의 거래액도 5조2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두 거래소의 거래액만 합쳐도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액에 육박한다. 알트코인 거래가 늘면서 국내에서의 비트코인 거래는 정체되고 있다. 한 때 하루 거래액이 10조원에 이르렀으나 최근에는 2조원 수준이다.
알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을 제외한 1000여개의 가상화폐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국내에선 비트코인 외에 일부 알트코인 만 거래가 가능했는데 최근 들어 업비트를 중심으로 거래 가능한 알트코인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상장된 알트코인 중 상당수가 주로 국내에서 거래된다는 것이다. 즉 국내 투자자끼리 서로 사고팔며 거래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예컨대 알트코인 중 하나인 에이다(ADA)의 경우 업비트에서 하루에만 5471억원이 거래됐다. 반면 가상화폐 정보사이트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전 세계 에이다 거래규모는 1만3373BTC로 우리돈 2942억원 규모다.
업비트에서의 거래가 전 세계 거래의 2배인 셈이다. 참고로 업비트는 프로그램 함수(API)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코인힐스 집계에서 빠진다.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이란 정체불명의 알트코인은 하루에만 약 3000억원 규모로 거래되고 있다. 전 세계 거래의 90%가 업비트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끼리 매수/매도를 주고받으며 가격을 끌어올림에 따라 대부분 알트코인의 가격이 최근 크게 올랐다.
업비트에서 원화로 거래가 가능한 34개 알트코인 중 33개가 한 달 전에 비해 100% 이상 올랐다. 몇몇 코인은 20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업비트는 카카오 관계사인 핀테크업체 두나무가 지난 10월 설립한 가상통화 거래소로 세계 최대 거래소인 비트렉스와의 제휴를 통해 120개의 알트코인 거래를 지원 중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해지는 순간, 투기수요가 붙으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예컨대 알트코인의 하나인 퀀텀의 경우 지난 24시간 동안 전 세계 39개 거래소에서 13만9386BTC(1BTC는 약 2100만원)가 거래됐는데 빗썸과 코인원, 코인네스트 등 3곳의 한국의 거래소에서만 10만3394BTC가 거래됐다. 점유율 74%다.
비트코인 가격 및 거래액 추이. 12월 초와 비교하면 최근 거래 규모가 감소했다. <그래프 : 빗썸 홈페이지> |
국내 개인들의 투자가 비트코인에서 알트코인으로 옮겨간 것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변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이미 가격이 2000만원을 넘나드는 비트코인보다는 개당 수백원, 수천원인 잡코인에 투자해 대박을 노리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부분 알트코인의 경우 발행자 및 발행 목적 등에 대한 정보가 크게 부족하다. 투자자들 역시 개별 알트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가격이 폭등한다 싶은 알트코인에 마구잡이로 돈을 쏟아붓는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중소형 코인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