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민노총 소속 제빵사 '직고용' 버티기
과태료 200억 추산..정부와 법정다툼도 장기화
[뉴스핌=박효주 기자] 국내 최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가 제빵사 고용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 본사가 11개 협력업체(인력도급사) 소속 제빵기사 5300여명을 불법 파견했다며, 이들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시정지시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내는 한편, 협력사 및 가맹점주와 합작사를 만들어 제빵사들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결성된 제빵기사 노조가 ‘본사 직고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사태 해결은 요원해진 상황이다. 직고용 철회를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정부와의 법정다툼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파리바게뜨 제빵시 불법 파견 사태 일지 |
◆"직고용" vs "합작사 고용"..파리바게뜨·노조 평행선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체 5300여명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중 해피파트너스로 전직한 제빵기사는 33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파리바게뜨측의 직접고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한 제빵사들로, 해피파트너즈에 소속돼 전국 매장에서 일하고 있다.
해피파트너즈로 전직한 제빵사들은 임금과 복지 면에서 이전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다. 해피파트너즈는 제빵사들의 급여를 이전보다 13.1% 인상하고, 연 100%이던 상여금도 200%로 2배 올렸다. 월 8회 휴무일 보장, 직원 복지포인트 120만원으로 인상 등 복지도 개선했다.
반면, 약 2000명의 제빵사들의 운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에 이어 이달 12일 출범한 한국노총 파리바게뜨 노조가 '직고용'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노조에 소속된 제빵사는 각각 1200여명, 800여명으로, 이를 합치면 해피파트너즈로 전직을 거부 또는 보류한 제빵사와 숫자가 같다.
문현군 한노총 위원장은 지난 18일 민노총과 만난 직후 "최선책은 본사의 직고용이며 차후 논의에 따라 해피파트너즈에 협력사를 빼고 (파리바게뜨의)자회사 형태로 바꾼다면 수용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역시 “'해피파트너즈'는 불법파견 당사자인 협력업체가 포함돼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본사의 직접고용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조가 직고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파리바게뜨는 협력사를 통한 고용 외에는 답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2000여명 제빵사의 고용문제는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에는 줄곧 변함이 없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빵기사의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파리바게트 /이형석 기자 leehs@ |
◆파리바게뜨 과태료 최소 200억...내년 법정에서 가려질 듯
고용부는 제빵기사를 상대로 직접고용 포기 의사를 직접 확인한 뒤 파리바게뜨에 부과할 과태료 규모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과태료는 직접고용을 포기한 인원을 제외한 뒤 1인당 1000만원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현재 기준 파리바게뜨 본사의 과태료는 약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종 과태료 부과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가 과태료를 산정해 최종 부과 결정을 하더라도 이후 파리바게뜨는 60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만약 파리바게뜨 측이 과태료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면 과태료 부과처분은 효력이 정지되고 법원에서 사안을 판단하게 된다.
결국 직접고용 시정지시나 과태료에 대한 결론은 내년으로 넘어가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1월 24일에는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를 대상으로 낸 ‘직접 고용 시정 지시 처분 취소청구 소송’ 첫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법조계에서도 법리적으로 상당한 논쟁을 예상하는 만큼 결말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리바게뜨 변호인 측에 따르면 가맹 사업에 대해 불법 파견을 인정한 선례가 없다. 불법 파견에 대한 논의가 사내 하도급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연구 자료도 찾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 탓에 재판부가 단시간 판단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박효주 기자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