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도서관’으로 이어지는 피서 발길
시원하고 조용한 환경도 인기에 한 몫
“현실 잊고 싶어...소소한 행복도 반영”
[뉴스핌=황유미 기자] 직장인 김혜은(29·여)씨는 휴가 첫 날을 서점에서 보내기로 계획했다. 김씨는 "시원한 건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 워낙 책 읽을 시간이 없다보니 이번 기회에 책 좀 읽으려고 한다"며 "힐링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지금껏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낼 예정"이라고 했다.
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에 집중한 모습. 황유미 기자 |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더위를 피해 산이나 바다로 가지만, 대형 서점과 도서관에서의 '피서'(避暑)를 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책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교양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 안에는 평일 낮인데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더위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양산 또는 챙이 큰 모자를 쓰고 들어와 입구에서 내려놓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은 많은 시민들. 황유미 기자 |
이들은 책을 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과 시원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이곳을 찾는 이유로 꼽았다.
9살 아들과 함께 온 김대현(남·40)씨도 "제가 휴가라 시간이 좀 생겼다. 아이가 책을 잘 안 읽어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독서 습관을 들여 주기 위해 방문했다"며 웃었다.
밀짚모자를 챙겨쓰고 도서관을 찾은 김덕립(남·64)씨는 "에어컨 켜면 돈 나가니까 여름에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책을 읽으면 하나라도 더 머리에 넣을 수 있는데, 셀 수 없이 많은 책이 있어서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도서관 내 카페 직원 강모씨는 "사람이 늘 있기는 하지만 특히 여름에 좀 더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한 쇼핑몰 내에 위치한 도서관. 황유미 기자 |
강남구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내의 도서관도 책 속으로 피서를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여러 권의 책을 집어 들고 소파와 계단에 걸터앉았다. 2층 높이의 벽면과 내부를 가득 채운 책을 마주하고 선 사람들은 시원한 냉기로 땀을 식히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울산에서 온 김성수(남·45)씨는 "서울로 휴가를 왔는데 시원하기도 하고 이 도서관이 유명하다고 해서 딸들에게 구경시켜주러 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태웅(남·30)씨는 "올해는 돈을 좀 아껴야할 것 같아서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며 "에어컨이 나오고 하니까 겸사겸사 서점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형서점. [심하늬 수습기자] |
도서관뿐만 아니라 대형 서점에도 독서로 휴일을 즐기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휴일에 영등포구에 있는 대형서점을 방문한 박진양(여·29)씨는 "휴가철에는 평소 살고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로맨틱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편이다"며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긴한데 보통 휴가 때 서점에 와서 책을 읽거나 몇권 사서 휴가지에 가져간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무더운 날씨, 청년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 등 거의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청년들 위주로 살펴본다면,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소소한 행복을 찾는 그런 특성들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