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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알츠하이머 정복도 시간문제?..美 BIO 메카의 심장을 가다

기사입력 : 2017년06월20일 16:49

최종수정 : 2017년06월20일 16:49

샌디에고 바이오 클러스터 '솔크연구소', 노벨상 수장자만 6명 배출
1100명 연구원이 창의적으로 협력..1300억 운영비 절반은 '기부금'
UCSDㆍ글로벌 제약사ㆍ병원과 바이오메카 구축..한국도 벤치마킹

[샌디에고 = 박미리 뉴스핌 기자] "55개의 연구실은 독립적이지만, 서로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어떤 연구든 원하면 함께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연구원들은 생각의 자유가 있고, 창의성이 있답니다."

19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센디에고의 솔크연구소. <사진=박미리 기자>

19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에서 만난 이사벨 기몬트(Isabelle Guimont) 연구원은 솔크연구소가 가진 강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솔크연구소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솔크가 1960년에 세운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암·알츠하이머·유전병 등 분야에서 미국 내 최고 바이오 연구기관으로 손꼽힌다. 현 대표인 엘리자벳 블랙번을 포함해 노벨상 수상자도 6명 배출했다.

이날 방문한 솔크연구소에서는 소속 연구원 1100여명이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건축물 곳곳에 묻어났다. 각각의 연구실은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벽을 없앤 채 연결했다. 연구실 밖에는 연구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마련했다. 그속에서 연구원들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따사로운 햇빛을 쬐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교류했다.

19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샌디에고 솔크연구소 연구실 내부<사진=박미리 기자>

이 공간에서 연구원들은 '순수과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순수과학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려는 취지에서다. 아만틴 쉐(Amandine chaix) 연구원은 "솔크연구소의 정책은 오픈마인드이지만 순수과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제약이나 식품 회사와 협업이 많지는 않다"며 "대기업들은 즉각 결과가 나타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다른 연구소와의 협업은 이뤄진다.

솔크연구소가 재정적으로 독립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솔크연구소는 운영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지원받는다. 지난해 운영금 1억1800만달러(한화 약 1300억원) 중 정부 지원금은 절반에 달했다. 나머지는 개인·단체 기부와 특허사용료로 구성됐다. 기업 투자는 거의 없는 구조다. 이 운영금은 고스란히 재투자돼 연구원들이 원하는 연구를 시간, 비용 눈치보지 않고 할수 있는 든든한 원천이 돼주고 있다.

◆ 연구, "End to End(시작에서 끝)"의 첫단추

솔크연구소는 미국이 자랑하는 '샌디에고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이기도 하다. 바이오 클러스터(Cluster)는 산(기업)·학(대학)·연(연구기관)이 보다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든 지역으로, 글로벌 바이오 강국이라면 필히 보유해야할 요건으로 꼽힌다.

샌디에고에서 솔크연구소는 스크립스연구소, UCSD(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 글로벌 제약사, 병원 등과 얽혀 거대하고 탄탄한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샌디에고가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발돋움한 것은  UCSD(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의 '커넥트'(CONNECT)가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사람과 기술, 자본을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다 연구소의 전문인력 양산, 정부의 고부가가치 기업 유치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샌디에고 바이오 클러스터가 점차 자리잡게 됐다.

같은 날 샌디에고EDC(경제협의회)에서 만난 빌 볼드 바이오산업 담당 컨설턴트는 "샌디에고는 End to End(시작부터 끝까지)로 모든 기술력 갖춘 바이오테크의 중심으로써, 기술과 어떤 제품 개발의 시작부터 제약회사의 제품 상용화까지 모든 것을 갖췄다"며 "솔크, 스크립스 등 연구소의 기초연구와 샌디에고가 보유하고 있는 인재들이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기초연구와 인재들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 말이다. 

19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센디에고의 샌디에고EDC 본사. <사진=박미리 기자>

◆ "한국도 기본적인 연구 여건 갖춰야"

샌디에고 바이오 클러스터는 바이오강국을 꿈꾸는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본격 조성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바이오기업과 의료복합단지 등 연구·서비스, 한국뉴욕주립대학교 등 대학이 들어서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의약품 생산시설 인프라를 보유한 데다, 국제공항·항만·중국 등 성장시장이 인접해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게 평가된다. 

빌 컨설턴트는 "경험상으론 세금 공제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느냐가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있어 더 중요하다"며 "연구기관을 통한 인재풀이 없다면 클러스터를 만들어도 크게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로리 사바 샌디에고EDC COO(최고업무책임자)는 "샌디에고 과학자들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연구결과 가져올 수 있다"며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샌디에고EDC는 샌디에고 입주 기업들에게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고, 지역사회의 경제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해외에서 투자를 이끌어내고, 샌디에고에 기반을 두고 싶어하는 기업에 컨설팅 등을 해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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