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50년 난제 6개월 만에 해결한
중국 과학 인프라 비판…은퇴 후 학교 설립 밝힌 애국자
[뉴스핌=백진규 기자] 중국 과학계의 여신(女神)으로 불리는 옌닝(顔寧) 칭화대 교수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사회가 떠들석하다. 과학분야에서는 생명과학계 50년 난제를 풀어낸 옌 교수를 붙잡지 못한 것은 중국의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옌 교수는 앞으로 중국과 외국 일류 대학과의 협력을 늘리겠다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 생물학 50년 난제, 6개월만에 풀어낸 과학 여신
옌닝 교수 <사진=바이두> |
옌닝 교수는 중국 과학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1977년 산둥(山東)성에서 태어난 그는 2000년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로 유학을 떠난다. 학창시절부터 수재로 인정받았던 그는 4년 뒤 프린스턴대 박사학위를 받고 분자생물학 박사후과정을 시작한다. 2005년에는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꼽은 청년과학자상을 수상했다.
모교인 칭화대학교는 2007년, 약관 30세의 옌닝을 박사생 지도교수로 초청한다. 여성 생물학자가 드문데다, 최연소 칭화대학교 정교수로 임명되면서 옌 교수는 중국 과학계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특히 그녀는 출중한 미모로도 유명해 과학계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옌 교수는 이런 세간의 관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연구에만 몰두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구조생물학과 생물화학으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옌닝 연구팀이 세계 과학저널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에 게재한 논문만 17편에 달한다. 네이처 지는 2016년 옌 교수를 ‘중국 과학계의 별’로 꼽기도 했다.
특히 옌닝 연구팀은 2014년 포도당수송체 GLUT1의 결정구조를 분석해 내는데 성공했다. 전세계 생물학자들이 50년간 연구해 온 난제를 옌닝 연구팀은 6개월만에 해결한 것이다. 또한 그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암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해냈다.
옌 교수는 2016년 11월 강연에서 “포도당수송체 연구는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4년 전 연구를 결심한 뒤 포도당수송체 연구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바쁜 연구 가운데도 옌 교수는 중국 SNS 웨이보(微博)에서 싸이선생(賽先生)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싸이선생’은 중국 5·4운동 때의 구호로, 영어 ‘Science(과학)’를 의인화 한 것이다. 그는 ‘여성 과학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등의 글을 통해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지원에 앞장섰다.
◆ 중국 과학 인프라 비판…프린스턴 종신교수로 임명
다양한 연구 성과로 명성을 얻은 옌 교수는 중국 과학계를 작심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옌 교수는 웨이보를 통해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가 ‘포도당수송체 프로젝트’ 연구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연구비 신청이 2년 연속 거절됐다”며 “과학계의 관료주의로 인해 기초과학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공개했다.
이어 그는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연구개발을 지원해 준 덕분에 포도당수송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중국 과학계를 비판한 지 1년 뒤인 2015년, 프린스턴대는 옌닝에게 종신교수직을 제안했고, 옌 교수는 올해 가을부터 프린스턴대로 돌아가 활동하기로 했다.
옌닝 교수 <사진=바이두> |
옌 교수는 이어 칭화대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언급하면서도 “과학연구분야에서 새로운 업적을 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옌 교수는 지난 8일 광밍르바오(光明日報)와의 인터뷰에서 프린스턴대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발전하기 어렵다. 새로운 환경은 긴장감을 주고, 영감을 얻게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칭화대학교와의 교류를 이어가고, 칭화대학교와 프린스턴 등 해외 일류 대학과의 협력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학자가 애국심만 갖고 연구할 수는 없다”며 옌닝이 중국을 떠나는 이유가 정부당국의 지원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능한 인재를 불러들였다가 다시 미국에 빼앗겼다는 것. 하지만 옌 교수는 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열정적으로 연구에만 매달리는 옌 교수도 언젠가는 은퇴할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두뇌회전이 느려져 연구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면, 두 가지 일에 집중하고 싶다. 하나는 녹화(綠化)사업이고 또 하나는 중국 노동자의 자녀들을 위해 학교를 짓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노력에 비해 수입이 적은 노동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