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달러 미국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 전망
[뉴스핌=황세원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첫 회담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핵, 경제·무역, 타이완 등 민감 현안을 두고 양국이 치열한 협상이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는 정상회담 현안별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투자자의 행보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북핵 문제의 경우 양국이 협상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동북아 지역 리스크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치열한 공방이 오고간 경제·무역 이슈의 경우 인프라 등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 여지가 많아 투자 기회 모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지난 2009년 이후 지숙돼온 중미 전략 경제대화도 이번 중미 정상회담 이후에 어떤 모양새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 한반도 리스크 따른 자금유출 우려, 경제 분야 협력 기대도...
북핵 문제는 단연 미중 양국 주요 핵심 의제 중 하나다. 올해 들어 북한이 네 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핵 이슈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 최우선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여러 복잡한 변수가 얽혀 있는 만큼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북한을 겨냥해 단독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중간 협상 난항 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대규모 자금 유출 현상이 우려된다.
뎬스(點石)자산관리 창업주이자 타이베이금융연구발전 펀드 고문을 맡고 있는 차이카이룽(蔡凱龍) 은 중국 유력 매체 차이신왕(財新網)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관련 미중 양국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한국 및 주변국을 중심으로 투자자가 선제적 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며 “황금, 달러, 미국국채, 스위스프랑화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방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경제·무역 문제의 경우 당초 우려와는 달리 적정 수준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 의견이다. 특히 인프라 분야 협력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관련 업종 수혜가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후 10년간 1조 달러를 투자해 인프라 재건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주요 투자 대상은 고속도로, 공항, 터널, 학교, 병원 등으로,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현지 언론을 통해 조기 착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중국은 미국 최적의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 의견이다. 중국 유력 매체 왕이차이징(網易財經)은 “중국은 고속철, 건설 등 분야에서 가격 대비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인프라 프로젝트 관련 미중간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관련 업종도 상당한 호재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환경·에너지 분야 미중 정책 엇갈려, 협력 가능성은 높아
환경·에너지 이슈는 북핵이나 경제 문제와 비교해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나 미중 양국의 장기 과제로 중시된다.
중국은 2015년 ‘신(新)환경보호법’을 개정하고 전기차, 친환경에너지 개발 등에 나서는 등 환경 오염 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중국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연간 판매량 50만대를 돌파하며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 철폐 내용을 담은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ce)’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친화석연료 에너지정책 시행 의사를 밝히는 등 환경정책 측면에서 기존 정책 기조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미국 정책 기조 변화로 생긴 리더십 공백을 중국이 채우려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유력 매체 차이신왕(財新網)은 “중국이 차세대 글로벌 기후 변화 리더를 자처하고 있는 만큼 향후 환경 보호 및 친환경에너지 육성 정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풍력, 태양력 등 에너지를 비롯해 전기차 밸류체인, 에너지절감, 오염처리기술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셰일가스 개발 혁명으로 미국이 천연가스 수출국가로 변모하면서 글로벌 주요 에너지 수입국 중국에 대한 수출 확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유력 매체 왕이차이징은 “중국은 글로벌 3대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국으로 미국 에너지 수출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며 “중국 내 셰일가스 기반 미국산 LNG 도입이 적극 추진될 경우 LNG 발전 설비 등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에너지 분야 내 미중 양국간 협력 여지는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