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안정세 보이자 10%대 이자 노린 개미들, 1월에만 4000억 매수
[뉴스핌=김선엽 기자] 브라질국채 투자 열기가 연초부터 뜨겁다. 6년 전 열풍 때는 종합소득금융과세(최대 41.8%) 폭탄을 피하려는 거액 자산가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평범한 월급쟁이까지 틈틈이 모은 돈으로 1000만원, 2000만원씩 매집에 나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올 초부터 2월 8일까지 판매한 브라질 국채 규모가 약 4000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가 1200억원대로 가장 많고 적은 증권사도 500억원 이상씩 팔았다.
대부분 증권사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고객들이 먼저 알고 찾아온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은 "부자 고객만 하는 것이 아니고 1000만원 단위로 작은 금액의 고객도 많이 투자한다"며 "브라질국채가 더 이상 종합소득과세 대상자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쪽으로만 돈이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이후 최근까지 헤알/달러 환율과 브라질국채 10년 금리 추이<출처=신한금융투자> |
브라질국채는 2011년부터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0%가 훌쩍 넘는 고금리에다 이자소득, 환차익, 매매차익 등이 모두 비과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에서만 6조원 이상이 팔린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하지만 브라질국채는 곧 애물단지로 전락했는데, 헤알화가 2011년(1헤알=650원) 대비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2015년 9월에는 1헤알 당 284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올해 초 원금 만기 상환을 받은 투자자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받은 이자를 모두 합산해도 5년간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추정된다. 쿠폰(이자수익)으로 벌고 환으로 까먹은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 경기가 지난해를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헤알/원 환율이 360원대에서 안정을 보이면서 다시 브라질국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5~6%대에서 안정세를 보이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연이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브라질국채에 투자한 고객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37.7%의 투자수익를 거뒀다. '대박' 소식이 퍼지자 국내 투자자의 여윳돈이 재차 '쌈바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게다가 과거 브라질국채에 투자했다가 만기 상환을 받은 고객 중 일부는 다시 브라질국채 재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1월 브라질국채 투자액 중 40% 정도는 만기 도래분의 재투자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 명단을 확인해 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눈에 띈다"며 "고객 정보를 밝힐 수 없지만 연예인도 있고, 유명 정치인도 최근 브라질 국채를 많이들 샀다"고 말했다.
다만, 브라질 국채의 인기가 국내에서만 한정된 것이 아니어서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브라질 국채 가격이 많이 오른 점은 부담이다. 현재 10년 만기 브라질 채권의 기대 수익률은 연 10% 정도로 낮아졌다. 헤알화 변동성에 장기적으로 노출된다는 점도 감수해야 할 리스크다.
김지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헤알화가 약간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2.5~3.0%p가량 인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자수익과 자본차익을 통해 통화 약세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존 보유자는 홀딩이 좋고 신규 진입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