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트럼프 환율전쟁' 점화..1985년 플라자호텔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기사입력 : 2017년02월10일 10:31

최종수정 : 2017년02월10일 10:31

'쌍둥이 적자'에 짓눌린 미국의 선택지 '엔고'
무역적자·강달러 양상, 현재와 비슷해
10일 미일 정상회담이 트럼프 행보의 가늠자

[뉴스핌=김은빈 기자] "그들(중국, 일본)은 머니마켓을 조작했지만, 우리는 바보처럼 앉아있기만 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달러지수는 99.62까지 내려갔다. 마지노선이었던 100선이 붕괴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2개월 여만의 일이었다.

중국과 독일, 일본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환율전쟁’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플라자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 미국을 짓누른 '스태그플레이션'과 '쌍둥이 적자'

1980년 10월 28일 지미 카터(왼쪽) 당시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이 선거에서 당선된 레이건은 오일쇼크 여파로 허덕이던 미국을 '강한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하고, 1985년엔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진=뉴시스>

플라자합의를 이해하려면 당시 미국이 겪고 있던 ‘쌍둥이 적자’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쌍둥이 적자는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뜻한다. 그 시작점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10월 1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매월 원유생산을 전월 대비 5%씩 감소하겠다고 발표한다. 1차 석유파동의 시작이었다. 이어 1978년엔 이란 내 이슬람혁명을 계기로 OPEC이 다시 유가를 올리면서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났다. 1973년 석유파동 전 배럴당 3달러 2센트였던 유가는 1978년 이란이 석유생산을 감축하고, 사우디아라비아마저 감축에 들어가자 배럴당 40달러까지 뛰었다.

두 차례 요일쇼크는 전세계적인 경제불황을 불러왔다. 원유값 상승으로 대부분의 물가가 오르는데 실업마저 덩달아 심각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등장한 것이다. 이 파고를 최강대국인 미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1970년부터 1981년 사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한해 15%까지 뛰고 실업률도 9%에 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에 폴 볼커가 취임한다.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금리를 20%가까이 올리는 초고금리 정책을 선택했다.

이에 물가는 2년만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높아진 금리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지나치게 강해졌다.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의 재임시점의 달러지수는 139에 육박했다. 100을 전후해 움직이는 현재와 비교해봐도 높은 수준이다.

강달러는 수출부진과 제조업 쇠퇴를 불러왔다. 제조업 투자가 위축된 것이다. 실업률은 10%를 넘어섰고, 당시 연준 건물 앞에서는 농민과 자동차 딜러들이 모여 항의했다. 볼커 역시 권총을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위협에 시달렸다. 줄어든 Made in USA의 자리는 해외 수입품이 채우기 시작했다. 자연히 경상수지(수출-수입)가 악화됐다.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재정수지도 적자를 보였다는 점이다. ‘레이거노믹스’가 실시된 영향이었다. 레이건은 개인소득세에 대한 한계세율을 70%에서 28%로 낮췄고 법인세 역시 48%에서 34%로 내렸다. 세수가 줄어드니 재정수입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출이 되려 늘면서 재정은 악화됐다. '강한 미국'을 외친 레이건이 소련과 군비경쟁에 나선 탓이었다. 

이처럼 80년대의 미국은 경상과 재정의 ‘쌍둥이 적자’에 신음하고 있었다. 

◆ “엔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화살은 외부로 향했다. 미국에선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쇠퇴한 미국 제조업의 틈을 파고든 건 일본과 서독이었다. 특히, 미국 무역적자의 35%를 차지하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상당했다. 재임을 염두에 두고있던 레이건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1983년 10월 6일 일본의 미주공사와 미국 재무성관료들이 만난다.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총합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일본에 일본금융시장의 자유화, 외국자본에 대한 문호개방, 금리자유화 등의 문제를 제시했다.

미국이 금융자유화를 꺼내든 이유는 ‘엔저(円低)'를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1983년 10월 하와이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와 비밀 접촉했던 재무성 관료 오오바 도모미츠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1983년쯤 미국에는 ‘(자동차나 섬유같은) 개별품목을 건드리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엔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라고 회고한다. 

미국은 일본이 엔저를 등에 업고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금융자유화는 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1983년 11월 9일엔 레이건 대통령이 직접 도쿄를 방문했다. 레이건은 나카소네 총리와의 회담에서 금융자유화를 논의한다. 나카소네 총리는 "강달러·엔저는 미국의 고금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견해를 표했지만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만다. 1984년 일본에서 금융자유화 조치가 시행된 배경이다.

하지만 엔은 생각만큼 움직여주지 않았다. 231엔으로 마감했던 1983년 달러/엔 환율은 금융자유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던 1984년 4월 220엔 초반대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연말에는 251엔까지 올랐다. 결국 미국은 다른 카드를 꺼내든다.

1985년 9월 22일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의 재무장관이 플라자호텔에 모였다. 표면상으로는 5개국의 합의였지만 주축은 미국과 일본이었다. 5개 나라 재무장관들은 '미 달러의 가치를 내리는데 노력하고, 재정·통화 정책을 공조'하기로 합의한다.

합의 다음 날인 23일, 1달러 235엔이던 달러/엔 환율은 하루 만에 20엔 가까이 하락했다. 1년 뒤인 1986년에는 150엔대까지 급락한다.

◆ 달러 상승률 역대 2위…트럼프 發‘ 환율전쟁의 가능성

2017년 트럼프 발 환율전쟁의 주 타깃은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는 경쟁할 수 없다. 달러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라며 중국을 상대로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왔다.

실제로 미국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미국 상부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470억달러로, 미국 전체 무역적자(5023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달러 가치도 트럼프를 부추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5년 연말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2016년 11월까지 약 1년 동안 달러의 가치는 25% 상승했다. 오바마 2기(2013~2017년) 전체 기간으로 보면 달러의 상승속도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2위(28.4%)에 해당한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자국 산업 육성의 뜻을 천명한 트럼프에겐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일종의 '가늠자'로 보고있다. 회담 결과를 통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을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트럼프 환율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힌트를 줄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시기적으로도 그렇지만, 미국이 거론한 ‘적국’ 중에 상대하기에 덜 부담스러운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문 연구원은 “중국은 G2로서 미국도 상대하기 껄끄러운 강대국이고, 독일은 EU 내 유로라는 단일통화로 묶여 환율 압박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물론 트럼프가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 협력의 손을 내밀 수도 있다. 일본이 이번 회담을 위해 '미일 성장 고용 이니셔티브'를 준비해 간 것도 이 협력의 가능성 때문이다. 미일 성장 고용 이니셔티브는 미국 내 약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인프라 투자 방안이다. 

김승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 지는 실제 회담이 진행된 뒤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9일 조간에서 “(트럼프의 속내를) 전혀 읽어낼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긴장하는 아베 행정부의 모습을 보도했다.

미국이 일본을 중국에 보일 ‘본보기’로 삼을지, 중국을 겨냥할 ‘방아쇠’로 사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의 이목이 워싱턴에 쏠리고 있는 이유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