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해외 M&A자금, 물꼬틀어 주식으로
홍콩 H주, 중국 A주보다 저평가
[뉴스핌=김성수 기자]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이뤄진 H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홍콩 H주는 심리적 저항선인 1만포인트를 돌파, 지난 2015년 11월 이후 종가 기준 최고치를 넘보고 있다. 시장 거래량은 하루 평균 거래량의 약 3배에 이른다.
이날 미국 투자매체 배런스는 홍콩 일간지인 '밍파오(明報)'를 인용, 해외 인수합병(M&A)을 위해 홍콩에 자금을 쌓아 둔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블루칩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1년간 홍콩 H주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화룬부동산은 전날 7% 급등한 데 이어 4.1% 상승했다. 장강자동차도 3.1% 올랐다. 중국은행은 2.2% 뛰었다. 중국 정부는 해외 M&A가 자금유출 용도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 같은 해외 M&A 목적으로 마련됐던 자금은 수백억위안에 이른다고 밍파오는 전했다.
홍콩 증시가 그동안 저평가돼 있었다는 점도 매수 요인으로 꼽혔다. 홍콩 H주는 작년 말까지 2년 동안 22% 하락했다. 전세계 주가지수 중에서 우크라이나, 레바논, 나이지리아, 러시아에 이어 5번째로 저렴한 수준이다.
신다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하이만 추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 기관투자자들이 홍콩 H주 중에서도 부동산주·금융주 등 저평가된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본토 투자자들이 위안화가 아닌 자산에도 분산투자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종목들은 상하이 증시보다 가격이 싼 데다, 향후 기업 실적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항셍 차이나 AH 프리미엄지수에 따르면 중국 A주 종목은 홍콩 H주에 동시 상장된 종목보다 가격에 20%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
이 지수는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에 동시 상장된 종목들이 어디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프리미엄 지수가 100이상이면 A주가 고평가 상태며, 100 이하면 H주가 고평가 상태다.
페가수스 펀드 매니저의 파울 퐁 매니징 디렉터는 "글로벌 자금이 다시 홍콩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다"며 "중국 본토에서 활발한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