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토본 대비 760건 수정·보완…일제강점기 세부내용 추가
검정교과서, '대한민국 수립' 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모두 사용
연구학교 지정 두고 갈등 예고…교육현장 혼란 불가피
[뉴스핌=이보람 기자] 정부가 국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등 심의를 거쳐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박근혜 대통령의 '효도교과서'라는 오명을 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제강점기와 현대사 관련, 그동안 지적된 세부 문구를 수정하긴 했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등 우편향 논란이 일었던 기존 집필 방향의 큰 틀을 벗어나진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하고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도서 집필기준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교육부에 따르면 최종본은 지난해 11월 28일 공개된 현장검토본 대비 총 760건의 내용이 수정·보완됐다. 특히 친일파의 친일행위와 제주 4.3사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관련 서술을 강화했다. 새마을운동의 한계도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됐다.
앞서 정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중학교 역사①·② 등 국정 역사교과서 3종에 대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4주 동안 국민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인접학문 전공전문가와 현장교사, 학부모 등 16명으로 구성된 편찬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교과서를 수정·보완, 최종본을 확정했다.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관련 부분에서는 세부 내용이 다소 추가됐다. 먼저 '친일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보고서'에 따라 친일 반민족 행위가 5가지 유형으로 분류돼 구체적으로 제시됐고 을미사변에 대한 영국 총영사의 보고문이 추가됐다. 일제의 만행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또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서도 '수요시위'와 '평화의 소녀상' 건립 내용을 추가했고 집단학살 사례도 명시됐다.
현대사와 관련해서는 김구 선생의 암살 사실이 추가됐고 제주 4.3 사건에 대한 세부 서술 분량이 늘었다. 반민족 친일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친일파 청산이 미진했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강조하고 유신 등 부정적 측면은 축소 서술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정 사항이 없었다. 새마을운동에 대해 '관 주도의 의식 개혁 운동으로 나아갔다'는 문구가 추가 포함됐을 뿐이다.
동북 공정 등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정이나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수정·보완된 760건 중에서 객관적 사실에 대한 단순 오류 또는 표나 그림 등이 수정된 내용이 몇 건인지, 국민 의견이 반영돼 우편향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수정된 부분이 몇 건인지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은 점 역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 사실 오류로 인한 수정이 많았을 경우 그만큼 교과서 품질 자체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국민들이 제시한 의견 중 어떤 의견이 어떤 근거로 추가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수정만 이뤄졌어도 국민들이 이를 알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가장 큰 논란이 된 '대한민국 수립'과 관련해서는 국정교과서를 수정하는 대신 검정교과서를 통해 논란을 피해가고자 했다.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모두를 쓸 수 있도록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이에 국정교과서에 대한 우편향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정 역사교과서 시범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지정을 두고 일부 지역 교육청과의 갈등 또한 계속될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연구학교 지정 권한은 교육감에 있다"며 정부의 연구학교 지정에 반발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국·검정교과서 혼용에 앞서 올해 역사교과서를 시범사용할 '연구학교'를 지정, 이들 학교에 연간 1000만원 내에서 연구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 측 관계자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통해 국가 정체성과 헌법 정신이 충실히 반영된 역사교육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