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시리아 개입에 대한 서방 묵인
경제 제재 해제, 구 소비에트지역 영향력 회복
[뉴스핌=이영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게 푹빠져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보복 행위와 무차별 시리아 폭격에 대한 서방의 묵인과 경제 제재 조치 해제 그리고 과거 소비에트 연방 지역에 대한 영향력 회복 등으로 압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신화/뉴시스> |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정치논평가 필립 스티븐스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기도 전에 푸틴은 벌써 돋보이는 전리품 하나를 챙겼다며 푸틴이 트럼프에게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그가 언급한 전리품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진격하거나 동구권 민선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때 러시아는 이미 보복을 감행해버렸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푸틴은 첫 전리품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스티븐스 논평가의 진단이다. 푸틴의 야심이 환상에 그쳐버리면 좋겠지만, 트럼프가 NATO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데다 동맹유지마저 꺼리는 상황에서는 푸틴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푸틴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행위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Bashar al-Assad) 정권 지지를 위해 민간인에게 무차별 폭격을 퍼붙는 것에 대한 서방의 묵인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다음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미국이 유럽에서 손을 떼게하고 과거 소비에트 연방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되찾은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특히 푸틴이 말하는 유럽의 새로운 안보 구조는 미국이 이 사안에서 빠지는 것, 즉 냉전이 끝났기 때문에 이제 미국은 본토로 돌아갈 때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조지아(그루지아)와 벨라루스공화국, 몰도바,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영역에 속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당초 취지를 벗어나 아직도 존재하고 있지만 바르샤바조약에서는 그 존재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푸틴의 야심은 트럼프가 가진 '해킹 스캔들'이라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장관 내정자 렉스 틸러슨(Rex Tillison)도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의 이런 종류의 사이버 공격은 오직 푸틴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은 '정당한 추정'이라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무기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와중에 정보원들은 왠만한 확신이 없이는 감히 크레믈린이 미 대선캠페인 중 민주당 컴퓨터를 해킹했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측근은 이에 대해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틸러슨은 말했다.
막상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푸틴의 이런 야심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시기의 위험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스티븐스 수석은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