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미숙한 진행, 허전한 무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철저하지 못했던 가사 숙지가 아쉽다. 하지만 ‘안중근’을 대하는 배우들의 진정성만은 빛났다.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뮤지컬 ‘영웅’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렸으며, 2015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영웅’은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1909년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서른 살의 조선 청년 안중근(안재욱‧정성화‧양준모‧이지훈)이 이토 히로부미(김도형‧이정열‧윤승욱)을 살해하고 사형에 처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쇼케이스는 이지훈과 동지 11인이 ‘단지동맹’ 넘버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대한독립’이 적힌 태극기를 흔들며 비장함을 드러냈고, 관객들의 몰입을 자연스레 높였다.
이어 명성황후를 떠올리며 부르는 설희(정재은)의 넘버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는 한맺힌 애절함으로 객석을 삼켰다. 비록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명성황후 시해 당시를 목격한 인물로서, 설희의 이 넘버는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열쇠가 되는 곡이다.
아쉬운 대목은 안재욱의 ‘그날을 기약하며’부터 시작된다. ‘그날을 기약하며’는 뮤지컬 ‘영웅’의 명장면이자 손꼽히는 넘버이다. 하지만 안재욱은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가사를 까먹는 실수를 했다. 그때부터 안재욱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정의욱, 노태빈, 박정원의 앙상블도 점차 길을 잃기 시작했다.
안재욱이 흔들리자, 이번에는 링링(이지민·초아)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유동하(박종찬)의 넘버인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에서도 실수가 발생했다. 마치 도미노가 넘어지듯 작은 가사 실수는 계속됐다.
비록 쇼케이스이고 작은 부분이지만, 배우들의 미흡한 가사 숙지 부분은 아쉬움을 낳기에 충분하다. 또 본 공연장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무대 연출은 허전하다 못해 휑했다. 기본적인 무대 세팅이 없는 상황이라 배우들은 마이크 하나에 모든 것을 의지한 채 관객들과 마주했다.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은 많았지만, ‘안중근’을 대하고, 그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몰입도와 진정성은 충분했다. 특히 정성화는 ‘십자가 앞에서’ ‘누가 죄인인가’를, 양준모는 ‘동양평화’ ‘장부가’ 넘버를 부르며 모든 것을 쏟아내며 감정을 토해냈다. 객석에서도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배우들은 3분가량의 짧은 넘버에도 마치 자신이 안중근인 것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앞선 실수를 만회했다. 빈 공간이 보였던 무대 연출을 노래로 메우며 웅장함을 드러내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뮤지컬 ‘영웅’은 오는 18일부터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주)에이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