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할리스ㆍ맥도날드 등 매각 무산..경쟁심화 등으로 매력 떨어져
[뉴스핌=이에라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식업계 대어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M&A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3~4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M&A시장에서 매각이 무산된 외식업체 대어는 할리스, 맥도날드, 크라제버거 등이다.
할리스커피 지분 91.82%를 보유 중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매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3곳의 중국계 전략적투자자(SI)와의 매각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나 조건에 따른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MM측은 향후 할리스커피 매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외식업계 최대 매물이었던 한국맥도날드도 매각이 보류됐다. 당초 인수 의사를 보였던 CJ그룹이나 KG케미칼, 매일유업 등이 인수를 포기했다. 매일유업은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했지만 인수 조건에 따른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본사 측에서 SI 없이는 인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매각이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 맥도날드는 매각주간사 모건스탠리와 함께 매각 작업을 계속 추진 중이다. 차익실현을 목표로 하는 인수자보다는 맥도날드 가치와 철학을 공유해 롱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토종 수제버거업체 크라제버거 등도 매각이 무산됐다.
불과 3년여전만 해도 외식업체는 M&A시장에서 핫 매물로 분류됐던 곳이다.
전통적인 대형산업에 투자해왔던 사모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외식업체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차코리아는 2014년 9월 지분 65%가 340억원에 사모펀드인 유니슨캐피탈에 매각됐다. 한우전문점으로 유명한 여의도 창고43 또한 사모펀드인 CVCI에 14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수 부진과 외식업체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외식업체들의 실적도 고전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브랜드 KFC는 지난 2014년 CVC캐피탈에 인수됐는데, 당시 몸값은 1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인수 뒤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며 체면을 구겼다. 2013년 115억원에서 2014년 68억원, 2015년에는 11억원으로 줄었다.
한 사모펀드(PE) 담당 관계자는 "외식업체가 활발히 성장하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반짝하고 없어지는 업체가 생기는 등 경쟁이 너무 심화됐다"며 "과거와 달리 외식업체에 대한 M&A가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자와 매각자 사이간 눈높이가 다른 것도 그 원인으로 꼽힌다. 외식업계에서 동종업체도 많이 등장하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현실과 달리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인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작년 칼라일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위해 6000억원 정도를 제시했는데, 당시 전략적투자자로 인수를 같이 추진했던 매일유업 시총이 5000억원대였다"며 "매일유업 덩치를 감안하면 전략적투자자라고 해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고 언급했다.
M&A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M&A란 현재 가격 이슈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보는 것인데,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인수하려는 자들이 주저할 수 밖에 없다"며 "이미 외식업체에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다보니 매각이 무산되는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M&A 시장에서 외식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선 PE 관계자는 "단순히 경기와는 상관없이 외식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팔려는 곳은 많은데, 사려는 곳과의 눈높이가 커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외식업체 M&A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