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론에 '뭉칫돈' 테이퍼 발작 당시와 흡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통화정책 정상화의 가속화를 예고한 가운데 월가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을 겨냥한 베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이다.
장기 저금리 기조 속에 채권 매입으로 자본 차익을 얻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을 찾는 데 혈안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27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2주 사이 레버리지론에 14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연초 이후 유입된 자금 총액이 56억달러로,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입질’이 부쩍 활발해졌다는 얘기다.
레버리지론은 일종의 회사채로, 투자자들 사이에 투자 리스크가 낮으면서 금리 상승 시기에 적절한 상품으로 통한다. 금리가 오를 때 투자자들이 얻는 이자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관련 상품의 자금 유출입은 향후 금리 움직임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파악하는 바로미터로 이용되기도 한다.
지난 2013년 연준이 자산 매입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금융시장이 이른바 ‘테이퍼 발작’을 일으켰을 당시에도 레버리지론과 관련된 펀드로 뭉칫돈이 유입된 바 있다.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6% 선까지 뛰었다. 선거 이전 1.7% 내외에서 움직였던 수익률이 약 2개월 사이 90bp 치솟은 셈이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자들이 내년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데 따라 투자자들은 가파른 금리상승 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레버리지론 펀드와 전통적인 정크본드를 제외한 채권펀드는 전반적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BofA에 따르면 채권펀드는 지난주 32억달러의 자금 유출을 나타냈고, 앞서 한 주 사이에도 62억달러의 자금 썰물을 기록했다.
이와 별도로 누빈 CEF 커넥트에 따르면 아폴로 선순위 폐쇄형 변동금리 채권 펀드의 시장 가격과 순자산가치의 간극이 지난 2월 15%에서 최근 5.1%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관련 펀드를 과격하게 할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알제브리스 매크로 크레딧 펀드의 알베르토 갈로 파트너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정기적인 쿠폰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금융상품에서 자금 이탈이 이미 본격화됐다”며 “자금 대순환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비전통적 통화완화 정책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상승하는 만큼 채권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채권 투자자들의 평균 듀레이션은 6.8년으로 2008년 수치인 5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자들의 리스크 노출이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크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