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 동시 사업자 선정 부담…관세청의 선택은
[뉴스핌=강필성 기자] 관세청이 오는 15일부터 3일간 신규 시내면세점에 대한 심사 입장을 밝히면서 이해관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이 객관적인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누가 선정돼더라도 논란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국정논단 사태의 연장선에서 시내면세점 사업에 대한 검찰조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여기에 감사청구, 대통령 탄핵소추안 등에 따른 잡음도 예상된다. 각 업체의 심사 배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그만큼 많아진 것. 업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면세업계 등에 따르면 관세청은 오는 17일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뒤 브리핑 없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여론의 관심 속에 심사 결과가 발표된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브리핑이 생략되는 대신 결과는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된다.
이는 관세청도 어느 정도 여론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면세업계는 차분하게 최종 심사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실제 이번 심사 강생은 적잖은 변수를 가져왔다는 것이 업계의 속내다.
특히 검찰 수사대상이 된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의 분위기는 미묘하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사업권을 경쟁사에 내주며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을 각각 폐점한 상황인 만큼 이번 신규면세점 사업권을 어떻게 해서든 쟁취하겠다는 절박함이 있다.
지난해 7월 이돈현 관세청 특허심사위원장이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에서 서울과 제주 시내 면세점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하지만 앞서 롯데그룹과 SK그룹, 기재부와 관세청은 특혜의혹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부담 요인도 적지 않다. 이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담겼다.
결국 관세청이 심사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을 선정하지 않음으로서 특혜의혹을 부정하는 형태의 심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어도 두 곳 모두 특허권을 획득하게 될 경우 관세청에 대한 의혹과 여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것은 신세계면세점이다. 한 지역에 2개의 시내면세점을 동시에 허가한 사례가 없던 것을 살펴볼 때 삼성동에 면세점 부지를 예정한 현대백화점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이 모두 선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시내면세점에는 대기업 3곳을 선정한다.
다만 변수는 여전하다.
국회에서 관세청에 대한 감사청구를 본격화하면서 심사를 늦추겠다는 움직임도 있고 향후 탄핵정국에서 관세청이 심사를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공정한 심사를 진행한 뒤 사후 문제가 생기면 심사 결과를 취소하면 된다”는 원론만 내세우는 중이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이후 막대한 투자가 집행되는 면세사업 특성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후 문제가 생기면 심사를 다시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업권 저체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심사를 강행하는 관세청의 속내를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