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에서 밝혀낸 건 앙드레김 본명 뿐
무용론까지 나오며 대부분 더 큰 의혹만 양산
국정농단 최순실 게이트 특검에 국민 기대 커
[뉴스핌=김규희 김범준 기자] 여야가 합의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은 역대 12번째다. 특별검사는 야당이 합의해 추천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추천 후보자 중 1명을 임명하기로 했다.
그동안 11번의 특검이 있었지만 대부분 의혹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현직 대통령이 포함된 이번 특검은 과연 어떨까.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추락한 상황에서 특검 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김범준 기자 |
◆ 특검의 초라한 성적표
그동안 11번의 특검이 있었다. 첫 특검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다. 진형구 당시 대검 공안부장이 기자들이 있는 술자리에서 1998년 11월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검찰)가 유도한 것이라고 발언한 데서 파문이 일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을 파업 유도의 주범으로 보고 구속기소했지만, 특검은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경영권 행사에 위기를 느껴 파업을 유도했다며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1999년 ‘옷로비 사건’ 특검에서 알아낸 것은 앙드레 김의 본명 뿐이다.” 우스갯 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옷로비 사건은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던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 씨를 상대로 고급 옷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보도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그러나 ‘자작극’, ‘실패한 로비’, ‘포기한 로비’ 등으로 수사결과가 제각각이면서 실체 규명은 흐지부지됐다.
‘풍운의 왕’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특검은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이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했다. 하지만 최 전 비서관의 혐의만 밝혀냈을 뿐 나머지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내렸다.
◆ 무용론 비등
2005년 철도공사 러시아 유전개발 사건에 대한 특검이 이뤄졌다.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는지 조사했으나 모든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려 특검무용론이 일었다.
삼성 비자금 특검(2008년)은 이건희 회장의 4조5000억원 차명재산과 조세 포탈 혐의를 발견했지만 삼성 핵심 간부들을 불구속 기소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BBK 의혹(2008년)은 BBK 주가조작과 도곡동 땅 및 다스 차명 보유, 상암 DMC 특혜 분양 의혹 등이 모두 무혐의가 되면서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근무한 검사 수십명이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불법 접대를 받은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실시됐다. 그러나 검사 수십명 중 단 4명만 구속(법원에서 무죄 판결)하고 그 외 고위 인사들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어진 특검은 디도스 특검(2012년)이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때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에 대해 디도스(DDoS) 테러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가 핵심이었으나 수사기밀을 누설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 그나마 성공한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성사의 이면이 있었다. 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현대그룹 자금이 북한에 흘러 들어간 의혹이 불거졌다.
대북송금 특검(2003년)은 현대 측에서 5억달러를 불법 송금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현대로부터 150억 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은 혐의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송금 과정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은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1년 G&G그룹 회장 이용호 씨가 삼애인더스, 인터피온 등 자신의 계열사 전환사채 680억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발굴사업 등을 미끼로 주가를 조작, 25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과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이 구속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의 비리 정황도 포착됐다.
마지막 11번째 특검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2012년)을 두고 이뤄졌다. 핵심인사 3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공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 대통령 아들 시형 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됐다.
12번째 특검은 현직 대통령이 직접 포함돼 있다. 그간의 특검과는 양상이 다르다. 더욱이 최씨는 국정을 운영할 직책도 지위도 자격도 없는 인물이다.
지난 11번의 특검 결과는 국민들을 만족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공분을 샀다. 첫 특검이 도입되고 17년이 흐른 지금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을 두고 도입되는 이번 특검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김범준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