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서 "연 2.7% 전망에 부합"
[뉴스핌=허정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완화기조를 잇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금융안정을 고려해 현 수준인 1.25%에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경제성장률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하반기 하방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한진해운 발 수출기업 위기까지 더해져 이를 우려하는 질문이 연이었다. 이에 총재는 “정부의 제반 조치가 원활히 진행된다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기존의 7월 전망치인 연 2.7%(GDP성장률) 전망에 부합하게 움직이는 중”이라고 답했다.
추경에 대해선 “정부가 노력할 것으로 본다”며 조기 집행을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주열 한은 총재와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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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9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지난 금통위에서 국내 기준금리가 하한선에 가까워졌다고 하셨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면 국내 기준금리의 하한선도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자금유출우려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축통화국 금리보다는 높아야 한다. 미 금리인상이 자본유출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에 실효하한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자본유출 외에도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야 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 6월 금리를 인하하면서 폴리시믹스를 강조했다. 그러나 추경은 한발 늦게 통과됐다. 기대했던 폴리시믹스 타이밍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지난 6월 금리 인하에 추경이 더해지는 것이 맞다고 봤다. 추경의 국회통과가 늦어졌지만 정부가 가급적 조기에 집행해 성장세가 회복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본다.
- 정부의 8.25가계부채대책이 효과 있을 것으로 보는지? 개인사업자 대출이 느는 등 풍선효과 우려는 없는지?
▲ 정부가 8.25 대책을 발표하고 나서 시행을 조속히 앞당겼고 감독당국에서도 특별TF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세는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 수년간 부동산 호조로 인해 부동산 임대관련 개인사업자 대출이 비은행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비은행은 늘어난 수신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한은도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
- 국내 경제성장률에서 건설투자자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가계부채대책으로 부동산 열기가 꺼지면 성장률에 악영향은 없는지?
▲ 건설경기가 호조를 보인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건설착공면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착공 후 건설되기까지는 2~3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건설투자는 당분간 호조를 이을 것으로 본다. 건설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다만 점진적으로 균형수준에 수렴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 청탁금지법이 발효되면 서비스업의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위축될 우려는 없나?
▲ 단기적으로 볼 때는 일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고 이들 업종의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법 시행 이후에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법 집행 방식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계량적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
- 구조조정 등 하반기에 변수가 많다. 지난 7월에 전망했던 올해 GDP성장률 2.7%가 다음 달에 수정될 수 있는지?
▲ 수출 회복 속도는 부진하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 7월 중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감소했던 소비가 8월에는 반등할 것으로 본다. 7월 전망치 경로에 부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7월 2.7%를 전망할 때 구조조정은 고려했지만 한진해운 사태는 포함된 것인지 궁금하다. 수출물류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본다. 전망치 변화 있을지?
▲ 해상운임 상승이나 운송지연 등으로 일부 수출기업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정부가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체선박 투입 등 조치를 원활히 진행한다면 거시경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구조조정은 감안했지만 예상치 못한 점이 있는지 파악해서 다음달 전망치를 내놓겠다.
- 국고채 수익률 곡선이 계속해서 평탄화되고 있다. 그만큼 금융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해서 한은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는 것은 주로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 등 글로벌 요인과, 장투기관의 수급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재개하면 장기물 금리가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다.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선, 현재 물가가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2%대 초중반의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 중인 것으로 본다.
- 다음달에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온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시장대응을 자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환율은 수요공급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한다. 다만 쏠림현상으로 외환변동성이 급변동할때는 시장안정 차원에서 미세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일관적인 입장이다.
- 호주, ECB, BOJ 등 추가 완화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듯 하다. 기존의 완화책에서 변화가 생겼다고 봐도 되는지?
▲ 당초와 달리 바뀐 점이 없다. ECB나 BOJ나 추가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그 기대는 여전하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