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원작과 다른 작품이 탄생했다. 무엇보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할 수 있는 철학적인 원작 내용을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지나 연출과 조용신 작가·김문정 작곡가를 비롯해 배우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 홍서영 등 총 7명이 참석했다.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영국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김준수)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영혼을 초상화와 맞바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도리안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배질 홀워드(최재웅)와 순수했던 도리안 그레이의 양면성을 연구하고자 그를 쾌락의 길로 유혹하는 헨리 워튼(박은태), 그리고 도리안과 사랑에 빠지고 치명적인 매력에 파멸하는 시빌 베인(홍서영)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날 이지나 연출가는 “원작은 자신의 철학을 소설에 뿌려놓은 작품이다. 수많은 주제 중 어떤 것을 택할지 너무 많은 고민을 했다. 귀와 눈과 가슴이 감동받고, 느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총체적인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 작품이 전형적인 뮤지컬 형태는 아니지만, 색다른 시도를 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롤 김준수는 “가장 중요한 건 너무나 좋은 배우, 연출진과 꾸미게 돼 영광스럽단 거다. 창작인 만큼, 너그러운 관점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썩 괜찮은 창작 뮤지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타이틀롤은 물론 부담이 된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 뮤지컬을 하면서 80% 이상은 배역들이 다 추상적이거나 특이했다. 이번에도 소설이 원작인 만큼, 추상적인 부분이 있다. 나 대신 그림이 늙어가고, 양심이 타락할 때 그림이 추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다양성을 한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도리안 그레이’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박은태는 이미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할 정도의 실력파. 하지만 기본 틀이 모두 짜여진 라이선스 공연이라는 쉬운 길 대신,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창작 뮤지컬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그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쉽고, 창작 뮤지컬이 어렵다는 기준은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은태는 “이 작품은 같이 하는 배우들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많이 발전해서 라이선스 공연과 창작이라는 구분 없이 다 잘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또 헨리 넘버 중 애착이 가는 곡에 대해서는 “2막에서 부르는 ‘천사의 추락’이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그는 “연출가와 상의할 때, 헨리를 도리안을 연구하기 위한 악역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화가 배질보다 도리안을 사랑하는 감정이 있는 인물이 헨리다. 그 감정을 ‘천사의 추락’이라는 넘버로 표현한다. 그래서 애착이 가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박은태의 말대로, 이번 뮤지컬은 원작에 비해 많은 분들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원작에는 없는 역할이 뮤지컬 무대에서 탄생했다.
김준수는 “실제로 원작이랑 비교하면, 이번 뮤지컬은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며 “원작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 원작을 알지 못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쉽게 풀어내지도 않았다. 그 적정선을 잘 지켜낸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모습을 이 뮤지컬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 특히 ‘도리안 그레이’는 배우들이 다양한 모습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기에 매력적인 작품이다. 좋은 반응을 얻어서 재연, 삼연에 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오는 10월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13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씨제스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