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개 대기업 11일 주주총회 개최..주주들 목소리 높아져
[뉴스핌=김연순 기자]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등 상장사 54곳이 11일 정기 주주총회를 일제히 열면서 주총시즌 포문을 열었다. 슈퍼 주총데이인 이날 주요 기업들의 주총 키워드는 주주환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주주권 강화'로 요약된다.
주요 기업들의 주주권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총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표결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리를 분명히 내세우면서 일부 주총이 마라톤 주총에 돌입하는 이례적인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주요 계열사들이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별도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정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삼성 계열사에선 대표이사 뿐 아니라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게 됐다. 정관 개정은 주주친화 의지가 담긴 경영구조 개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요 경영성과와 경영방침에 대해 주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
특히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위해 연 1회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한 기존 정관을 분기 말에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삼성전자는 사업년도 기준으로 1년에 최대 4번까지 배당이 가능하게 됐다. 동시에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제3자 신주' 발행도 전체 발행주식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주주 중시 경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와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교체) 시기가 언제될지는 모르겠지만 제도 규정이 미미한 부분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주주친화 기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투명한 기업경영의 의지를 담은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했다. 주주환원 확대 및 투명성 증진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주주친화적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11일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 제48기 주총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원희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사진=김기락 기자> |
기업지배구조헌장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투명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동시에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있는 권익증진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공시 등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된 본문에는 각 부문의 구성과 운영, 역할 등에 대해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부문에는 이사회 내 주주 권익보호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활동 방향에 대해 명시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주주권익보호 관련 주요 경영사항과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 등에 대해 심의하고 지속적인 주주 소통활동을 펼치며, 현대차는 위원회의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비용을 최대한 지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주주들의 배당확대 요구를 적극 반영, 현대차는 지난해 7월 회사 창립이래 최초로 실시한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33.3% 증가한 총 4000원을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2016년을 탄탄한 내실과 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역시 주주총회장에서 처음으로 해외 주주대표와 기관투자자들 등 국내외 주주를 위한 질의응답 시간을 별도로 진행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몇주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사전 질문을 받는 등 주주들 궁금증 해소에 주력했다. 인터넷으로 접수된 질문으론 포스코가 어려움을 극복할 장기적인 성장계획부터 향후 회사 전망, 배당확대 계획 등 다양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주총헤서 "모든 포스코 임원들이 주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에 임하도록 하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CEO승계 시스템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도 주총에서 500원 현금배당 안건 등을 의결하는 등 신세계, 신세계건설, 이마트, LG하우시스, 인천도시가스, 한미반도체, 녹십자, 녹십자홀딩스, 크레듀 등 54곳이 주총을 마쳤다.
한편 이날 주총장에선 과거 일사천리로 주총 안건이 통과되는 것과는 달리 주주들의 표결 요구와 질의응답 등을 적극 수용하면서 삼성전자와 포스코 주총이 장시간 진행되는 이례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삼성전자 주총은 일부 주주들의 사내·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대한 반발과 표대결 요구로 3시간 넘는 진통 끝에 마무리됐다. 일부 주주는 송광수 사외이사와 박재완 사외이사, 신종균 사내이사에 자질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결국 표결까지 진행된 끝에 통과됐다. 주총은 결국 3시간 25분 만에 마무리됐다. 17년만에 장기 주총이다.
포스코 역시 안건이 의결되는 동안 주총장 곳곳에선 질의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일사천리로 안건이 의결되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주총장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예전 방식대로 목소리 큰 사람을 재청하는 안건 통과방식이 아닌 주주들에게 의사를 묻고 안건을 의결하는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다"고 주주권리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총은 길어졌지만 주주들의 요구와 의사를 막지 않고 수용하는 것 역시 주주권을 강화하는 일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