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감소, 소비 위축에 소매업계 '빨간불'
[뉴스핌=이승환 기자] 아시아의 쇼핑 메카로 불리며 호황을 누려 온 홍콩 소매업계가 휘청이고 있다.불경기와 관광객 감소가 맞물려 소매업체들의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제일재경은 25일 "홍콩 소매 업계를 대표하는 저우다푸(周大福·Chow Tai Fook), 샤샤(SASA) 등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며 "중국 본토 관광객 감소로 홍콩 소매 업계가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글로벌 귀금속 체인 저우다푸의 지난 3~9월 홍콩,마카오 지역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5억5700만 홍콩달러로 40% 넘게 줄었다.
이 기간 저우다푸의 글로벌 시장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4.1% 감소한 281억2400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저우다푸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홍콩, 마카오지역 부진이 기업 전반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회사 측은 "홍콩 시장 부진으로 영업 실적이 악화됐다"며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 관광객이 줄면서 매장 유동인구가 30% 넘게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콩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홍콩의 귀금속 업체들의 전체 매출 규모가 13.5% 줄었다. 이기간 홍콩과 마카오를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은 각각 3.4%, 4.3% 감소했다.
명품 매장이 줄지어 있는 홍콩의 거리 <사진=바이두(百度)> |
홍콩 최대 화장품 체인 샤샤의 지난 3~9월 당기 순이익도 55% 급감한 1억5300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37억8000만 홍콩달러로 10.6% 줄었다. 이중 홍콩, 마카오 지역의 소매 매출이 1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상반기 보고서를 통해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 관광객의 1인평균 구매 가격과 구매 빈도가 뚜렷하게 감소하면서 소매 영업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 관광객의 중심이 기존 경제력이 탄탄한 1~2선 도시 주민에서 소비력이 약한 3~4선 도시 주민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홍콩 관광 시장의 구조도 중저가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홍콩 관광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향하면서 홍콩 쇼핑 관련 시장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상황"이라며 "설상가상으로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소매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실적이 반토막 나자 문을 닫는 매장도 속출하고 있다. 저우다푸와 샤샤는 지난 상반기 홍콩에서 각각 3개, 6개의 매장을 폐점했다. 저우다푸는 향후 6개월 동안 7개의 매장을 추가적으로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샤샤 측은 이와 관련해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관광지역의 매장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반대로 거주지역의 매장을 확대에 홍콩 현지인들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홍콩, 마카오 지역 매출이 14% 줄어든 가운데, 매출 하락분의 95%가 침사추이 등 전통적인 관광지역에 집중됐다.
홍콩 소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홍콩시장 소매업체들의 매출 감소 뿐만 아니라 관련 종사자들의 수입도 평균 15~20% 줄고있는 상황"이라며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홍콩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