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구퉁 자금 최장기 순유출 기록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가 저항선으로 여겨진 3500포인트를 가볍게 넘어선뒤 3600선에서 기반 다지기를 하며 전체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중국 주식을 대량 처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후구퉁(滬股通 후강퉁 중 홍콩 및 외국자본→상하이 A주투자)의 자금 순유출 규모는 26억 2600만 위안을 기록했다. 10일의 25억 5600만 위안보다 3%가 늘어난 수치다. 후구퉁의 자금 순유출은 이미 연속 17일째 계속되고 있다. 후강퉁 출범 이후 자금 순유출이 10일 이상 지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간 외자가 팔아치운 A주는 200억 위안 어치에 달한다.
3분기 중국 증시 침체기에 QFII(적격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A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10월 QFII와 RQFII(위안화 적격 외국인 투자자)는 약 174억 5400위안을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했다. 특히 3분기 QFII는 부동산, 은행 등 대형 블루칩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QFII, RQFII와 또 다른 외자의 A주 투자경로인 후구퉁에서는 10월 중순 이후 외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
4분기 초만 해도 중국 시장 전문가들은 A주에 대한 외자의 투자심리가 개선되 앞으로 외자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특히 중국 정부가 13.5계획(13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 2016~2020년) 발표 등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강도를 더해감에 따라 중국 내부에서 경기호전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점이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12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외개방, 세제개혁,투자자보호, 부동산 활성화' 등 시장친화 정책을 쏟아내며 시장 분위기를 더욱 띄어놨다.
그럼에도 11일 후구퉁의 자금 순유출 규모는 이전보다 한층 늘어났다. 외자의 이탈 가속은 중국으로선 다소 당황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진다. 사상 최장 기간 후구퉁 순유출에 중국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앞다퉈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다.
중국 유력 증권전문지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최근 A주의 외자유출 급증 원인을 ▲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미국 달러 강세 전망 ▲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효과 관망세 가중 ▲ 차익실현 수요증가와 연말 실적 강화 부담 등으로 꼽았다.
◆ A주 최대 악재, 미국 금리인상과 미국 달러 강세
홍콩의 경제전문가 예샹즈(葉尙志)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후강퉁의 자금흐름을 보면, 홍콩을 통한 외자의 A주 투자인 후구퉁은 순유출, 중국 본토 자금의 홍콩주식 투자인 강구퉁은 순유입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미국 금리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즉,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는 외자는 줄고,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중국 본토 자금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얘기다.
미국 금리인상 인상이 달러 강세와 함께 A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자 외자가 서둘러 중국 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 반면, 환율이 미국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홍콩시장은 자산가치 상승이 기대되면서 홍콩증시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경기부양 정책 가시적 효과 확인 못해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강화하고, 중국 시장도 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지만 외자는 '말로만은 못 믿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이 연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경기부양 정책을 쏟아냈지만, 실물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 11일 발표된 10월의 산업생산,소매판매 및 도시 고정자산투자 등 경제지표도 대부분 기대치 이하였다.
바클레이즈의 거시경제 전문가는 "우리는 중국 증시가 반등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 실물경제 개선이 경제지표로 증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 차익실현 수요, 연말 실적 마감 부담, 다양한 투자처 증가
연말을 앞두고 실적 마감에 대한 부담과 중국 증시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가 더해진 점도 후구퉁 순유출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실적 마감을 앞두고 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때마침 중국 증시가 오르자 A주를 대량으로 내다팔고 있다는 것.
11월 들어 상하이종합지수는 11일까지 7.77%가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하이지수 350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봤지만, 이미 3600선에 안착했다. 만약 9월 초 3000포인트 초반에 A주를 샀다면 2개월 만에 평균 수익률이 20%에 달한다.
A주 이외의 투자대상이 많아진 점도 외자 이탈을 부추겼다. 홍콩의 경제전문가는 "글로벌 시장에는 A주보다 밸류에이션은 낮으면서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주의 밸류에이션 적정성을 떠나, 통화가치만 보더라도 외자의 선택 범위가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말레이시아의 통화 링깃은 올해들어 가치가 25%나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주식을 연초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홍콩의 투자 전문가는 "올해 들어 홍콩의 기업연금(MPF)이 일본 주식는 관련 펀드 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률은 10%를 넘는다. 반면 A주 관련 투자 수익률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