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산업 생산기지 동남아 이전 가속화 우려
[뉴스핌=이승환 기자] 12개국, 전세계 GDP의 40%를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정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부터 고립된 중국 산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TPP 타결로 인한 직접적인 산업 충격은 제한적이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먼저 이번 TPP 타결로 가장 근심이 큰 곳은 의류업계다. 치솟는 생산단가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데 이어 무관세 혜택을 앞세운 베트남 기업들의 TPP 지역 내 약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왕첸진 상하이국제면섬유교역센터장은 "생산단가를 고려했을 때, TPP가 발효되면 기존 중국으로 몰렸던 글로벌 수요가 베트남 등 국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제일재경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의류 수출 업계는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이 상승한 반면 품질은 제자리 걸음을 이어간 탓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줄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2010년 80%에 달했던 중국의 일본 의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5%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점유율도 39%에서 37%로 감소했다. 반면, 베트남은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미국 시장 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TPP 타결로 인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 의류업계의 한 전문가는 "TPP에는 중국 의류 업계의 최대 고객인 미국과 일본이 포함돼 있어 충격이 더 커질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TPP 타결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TPP의 참가국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일정부분 충격이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일재경은 이날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를 인용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대부분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며 "TPP 국가들의 자동차 수입이 미국과 일본에 쏠린다 해도 직접적인 타격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국이 생산한 2372만대의 차량 중 해외로 수출된 차량은 95만대로 단 5%에 불과하다. 자동차 무역은 의류, 완구 등 노동 밀집형 산업과 달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페루, 칠레 등 기존의 수출 시장은 워낙 불확실성이 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게 중국 자동차 업계의 전언이다.
다만 완성차 업계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시장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의 수출액은 700억위안을 육박했다. TPP 지역 내 무관세가 실현될 경우, 일부 자동차 기업의 부품생산라인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국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양웨이 상하이 졔장기업관리자문 주석은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기업과 관련된 타이어 생산 업체들이 관세 혜택이 크고 고무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중 양국간 타이어무역 마찰이 발생한 이후 중국의 타이어기업인 사이룬과 링롱타이어가 각각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바 있다.
중국의 전자·IT 기업들도 이번 TPP 타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주요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생산라인이 중국에 위치해 있고, 중국 제품에 대한 해외 시장의 수요도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
아울러 기존에 중국이 한국,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만으로 중국 전자 업계의 무역수요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저우난 중국 전자제품 수출입상업회 부비서장은 "중국은 이미 중국+아세안 FTA, 한중 FTA 등을 통해 관세 인하 절차를 밟고 있다"며 "TPP 타결은 오히려 중국이 아세안 지역 수출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오스왕 중국 전자제품 수출입상업회 부주석도 "TPP 타결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 강국인 한국과의 FTA를 통해 이를 만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TTP 타결을 통해 수혜를 입는 산업도 있다. 세계에서 분유와 유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중국의 수입식품 업계다.
중국 유제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질랜드가 TPP를 이유로 전체 유제품 수출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불리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이를 통해 중국-뉴질랜드 FTA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