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7% 손실, 아이칸 마이너스 28% 등 초라한 성적
[편집자] 이 기사는 9월 11일 오전 11시 25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유가 급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유럽의 양적완화, 미국 금리 인상 가시화 등 갖가지 이슈로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친 지난 1년간 투자 고수들의 성적은 어땠을까.
고수라고 해서 모두가 돈을 번 것은 아니다. 9월10일 현재 억만장자 22명의 보유 주식 현황을 보여주는 아이빌리어네어에 따르면 이들 중 지난 1년간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투자자는 토마스 스타이어(9.68%), 빌 애크먼(8.91%), 스티븐 맨델(4.39%), 데이비드 테퍼(1.83%), 리처드 칠튼(1.06%) 5명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S&P500지수가 1.7% 하락하는 동안 10%에 가까운 수익을 낸 스타이어의 파랄론 캐피탈(Farallon Capital)은 '투자의 귀재'로 잘 알려진 워런 버핏이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보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버핏과 아이칸이 각각 6.86%와 28.21%의 손실을 낸 지난 1년 동안 조용히 돈을 벌었다.
◆ 스타이어의 패랄론, M&A 정조준
22명의 투자 고수들과 연관된 포트폴리오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스타이어가 설립한 파랄론의 것이다. 지난 2012년 스타이어가 파랄론에서 은퇴혜 환경 운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파랄론은 항상 억만장자 스타이어와 함께 언급되는 회사다. 이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지난 1년간 10%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파랄론은 인수합병(M&A) 이슈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특히 다른 회사에 인수된 기업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가득 채운 파랄론은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이익을 냈다.
스타이어의 파랄론이 담은 상위 10대 종목을 보면 M&A 이슈와 무관한 종목을 찾기가 어렵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시밀러 기업 호스피라(종목코드 : HSP)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자에 인수됐으며 2번째로 큰 비중을 가진 디렉TV(DTV)도 최근 통신사 AT&T의 품에 안겼다. 호스피라는 화이자의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S&P500지수에서 빠졌고, 디렉TV의 주가는 지난 1년간 7.21% 올랐다.
3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제약서비스대행업체(PBM) 카타마란(CARX)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1년간 26.33%나 올랐는데 3월 말 발표된 의료서비스 업체 유나이티드 헬스의 인수 소식이 강세 촉매제가 됐다.
스타이어는 차터커뮤니케이션(CHTR)과 이 회사가 인수한 타임워너케이블(TWC),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 아바고가 인수한 대형 통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BRCM)도 장바구니에 담았으며 독일 화학제약 업체 머크에 인수된 미국 생명과학 기업 시그마-알드리치(SIAL)와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인수 결정을 발표한 프리시전 캐스트파트(PCP)의 지분도 2분기 연속 늘렸다.
◆ '행동주의' 애크먼
애크먼의 퍼싱 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PSCM)의 1년간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9%에 육박한다. 다만 올해 수익률은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된 지난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8월 초까지만 해도 10.1%의 수익률을 내던 PSCM은 지난달 26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PSCM은 투자 종목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 적은 수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애크먼은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킴으로써 자신의 자산을 늘렸다.
대표적인 종목은 캐나다 최대 제약사 밸리언트 파마슈티컬(VRX)이다. 애크먼은 PSCM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밸리언트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PSCM이 약 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밸리언트의 주가는 지난 1년간 90.36%나 급등했다.
애크먼은 밸리언트가 여성용 비아그라의 개발사로 유명한 스프라우트 파마슈티컬 인수를 발표하기 몇 달 앞서 개인적으로 1.5%에 못 미치는 스프라우트의 지분을 매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밸리언트의 스프라우트 인수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애크먼이 스프라우트의 기업 가치를 5억 달러까지 끌어올린 자금 조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애크먼을 포함해 당시 자금 조달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초기 투자금의 두 배에 달하는 현금을 받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PSCM이 동물보건 기업인 조에티스(ZTS)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지난 6월 WSJ은 밸리언트가 조에티스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