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판단 능력 두고 형제간 공방전
[뉴스핌=강필성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의중과 건강상태를 두고 신동주-동빈 두 형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상적 판단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반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경영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부친의 건강 상태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하는 것은 ‘적통성’과 무관치 않다.
30일 재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과 판단 능력에 대한 논란은 온갖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지난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입국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건강에 큰 이상은 없어 보였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키면서 ‘판단 능력’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을 일제히 해고한 직후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을 건냈다는 소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결국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 실제 신격호 총괄회장은 올해 94세로 재계 최고령 경영자로 꼽힌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전날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경영자로서 판단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나를 해고했을 때 신동빈 회장도 ‘회장의 판단’이라고 말했었다”고 언급했다. 올 초까지 신동빈 회장도 신격호 회장의 판단을 존중했던 입장이었고, 정상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면 올해 1월 자신을 해고했을 때도 정상적 판단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 측의 즉각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신격호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이사진의) 해임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한 것에 대해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상적 판단이 안되는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친인척이 이를 악용하기 위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회유, 유도했다는 이야기다.
이들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아직 안개 속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나서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다, 실제 건강상태가 어떤지는 롯데그룹 측에서도 속시원하게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의 주장이 이처럼 엇갈리는 것은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당위성’에 따른 것으로, 적통이 과연 누구냐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주장으로 해석된다.
실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따라 이들의 싸움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창업자이자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시키고 경영권을 차지했다는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판단이 힘든 신격호 총괄회장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이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업을 중시하는 일본과 한국의 특성상 부친과의 관계는 쉽게 낫지 않는 상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부친의 건강을 두고 엇갈리는 대치가 언제 해소될지는 알 수 없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고, 침묵의 의미를 두고 두 형제의 계산기는 어느 때보다 팽팽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