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우리 말고 가져갈만한 곳 있나" vs 신한 "두고 보기엔 경쟁사가..고심중"
[뉴스핌=김양섭 기자] 현대증권 매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 매각 이슈가 금융투자업계 화두로 등장했다. 업계 안팎에선 9월부터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거론된다.
◆ "9월부터 매각 개시(?)..단독 매각 유력"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매각 작업은 이르면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전 시장조사와 매각주관사 선정 등 준비작업에 두달 정도가 소요된다. 매각공고 이후 인수의향서를 받고 예비입찰과 본 입찰을 실시하는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는 통상 6개월 정도 걸린다. 이에 따라 9월 입찰공고할 경우 예정대로 매각절차가 순로좁게 진행되면 내년 1분기 정도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같은 업계 예상에 대해 대우증권 매각 딜을 담당하는 산업은행 관계자는 "9월 매각 일정 개시 얘기는 업계 추정일 뿐"이라면서 "아직 정해진게 없다"고 말했다.
매각 방식도 관심 사안이다. 업계 일각에선 KDB생명과 KDB자산운용등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 매각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딜 규모가 커질 경우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 단독 매각이 더 유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측은 "현대증권 딜이 완료되면 대우증권 매각에 대한 태핑(시장조사)을 시작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 "현재로선 구체적인 시기와 매각 방식에 대해 정해놓은 게 없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완료된 뒤 올해 하반기중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1분기말 기준으로 대우증권 지분 43%(1억4048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1만5950원)를 기준으로 하면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지분가치는 2조24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매각 가격이 3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
◆ 누가 가져가나.."KB 유력..신한 견제 가능성"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KB금융지주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우증권 출신인 KB투자증권의 전병조 사장을 두고 "전병조 사장이 KB로 간 이유 중에 가장 큰 역할이 '대우증권 인수'라는 설이 있다"며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KB금융 내부에서도 대우증권 인수에 대해서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KB측의 한 고위 임원은 "덩치가 커서 가져갈 만한 곳이 사실 KB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신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신한측이 인수하기 위해선 증자가 필요한데, 제일교포 지분이 상당히 많고 이미 교포 3세로 접어들면서 손바뀜이 많아 응집력 있는 의사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신한측도 일단 가능성은 열어둘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측 한 고위인사는 인수 추진 가능성에 대해 "예전보단 스탠스가 열려있는 건 사실이다. 고민은 해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제일교포 주주들의 응집력 문제에 대해 그는 "쉽지는 않다"면서도 "방법론을 어떻게 가져갈지 논의를 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이나 한국투자증권 같은데서 치고 올라오는 것은 모르겠는데, KB가 (증권업계에서) 1등하는 건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문제"라면서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KB 견제설'을 부인하진 않았다. 금융지주 경쟁체제 측면에서 KB가 순조롭게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것은 신한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대우증권 고위임원을 지냈던 한 인사의 예상도 업계 관측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는 "신한이 실제 욕심 20%(인수 의지), 위로부터 오는 압박에 따른 들러리 가능성 80% 정도로 이번 대우증권 매각 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수로 거론되는 두 금융지주에 대해서는 불편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대우증권은 증권회사로서 상당히 훌륭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데 은행들이 들어와서 자기들 방식대로 하면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면서 "그럴 바에는 현재 그대로 있는 게 오히려 덜(?) 나빠질 것"이라고 불만섞인 표현을 전했다.
이 밖에 업계 일각에선 인수 후보군으로 새마을금고, 한국투자증권 등도 거론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또 매각 흥행을 위해 매각측이 중국 등을 포함한 외국계 자본을 참여시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관하는 딜인데, 단지 매각 흥행이라는 전략적인 이유로 외국 자본을 인수후보로 참여시키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