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들, 신용리스크 우려해 중소기업 대출 꺼려
[뉴스핌=배효진 기자] 경기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올인한 중국의 다음 과제는 돈의 '물길(흐름)'을 관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안화[출처=AP/뉴시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인용해 올해 1분기 중국의 평균 대출금리가 6.78%로 집계됐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평균 대출금리는 지난해 4분기 대비 0.15%포인트(p) 내렸다. 같은 기간 0.33%p 하락을 기록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보다 작은 낙폭으로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 등 인민은행 부양책을 고려해도 저조한 수치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경제 대표는 "1분기 평균 가중 대출금리 낙폭도 22bp(1bp=0.01%)에 불과하다"며 "물가상승을 고려할 경우 1분기 실질 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중국 경제 성장동력인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공급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대형은행들은 경기 둔화에 신용 리스크를 우려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반면, 부채에 신음하는 국유기업과 지방정부에 자금을 대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리치앙 광라오농촌상업은행 대출 담당자는 "대형은행들은 신용 리스크를 우려해 공장주와 중소기업에 신규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이들로부터 자금조달을 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지적했다.
당국이 추진 중인 은행금리 자율화도 유동성 공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고객유치를 위한 무한경쟁에 직면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최대 한도로 올리는 대신 수익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에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예금금리 상한을 기존 3.25%에서 3.37%로 올렸다.
주차오핑 UOB케이하이언 이코노미스트는 "다양한 장애물로 중소기업을 비롯한 대출자들이 완화정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 성공 여부는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돈맥관리'와 추가 부양책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유동성 공급이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부채 해소에 집중돼 경제 동력인 민간 중소기업의 돈줄이 마를 경우 당국의 돈 풀기가 무용지물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고다.
주하이빈 JP모건체이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목표가 설정된 정책이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올해 인민은행이 후속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이션 덩 크레디트스위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가 상징적으로는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도 "필요로 하는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타깃형 대출인 담보보완대출(PSL) 등 추가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