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리넬리’에서 열연하고 있는 고유진(파리넬리 역) <사진=HJ컬쳐> |
바로크 시대는 카스트라토의 전성기였다.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파리넬리’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카스트라토, 카를로 브로스키(1705~1782)의 삶을 조명한다. 같은 인물을 다룬 프랑스의 동명 영화도 있다. 영화는 1995년에 개봉, 1개월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했다.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미국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사진=영화 ‘파리넬리(1995)’ 스틸> |
뮤지컬 속 파리넬리는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려 하고, 이는 음악에 대한 갈망으로 연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노래하지 못하면 죽은 것과 다름 없다’는 파리넬리의 위태로운 상태를 반증하기도 한다. 가상의 인물 안젤로의 등장은 그런 파리넬리의 모습을 강조한다.
안젤로는 여성에게 금지된 무대에 서기 위해 남장을 한 채 살고 있는 여자다. 파리넬리와 안젤로는 어린 시절부터 교류하며 각자의 (거세의)고통과 (여자라는)비밀을 공유한 사이로, 두 사람은 모두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흔들리는 불완전한 존재다. 이들이 서로 기대고 교감하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작품의 큰 축을 담당한다.
뮤지컬 ‘파리넬리’에서 열연 중인 안유진(안젤로 역) <사진=HJ컬쳐> |
뮤지컬과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파리넬리가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부르면서 존재감을 뽐내는 장면이다. 뮤지컬 등과 달리, 실제로 파리넬리는 헨델의 오페라단과 라이벌 관계였던 오페라단에 소속돼 단 한 번도 그의 오페라를 부른 적 없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작품의 절정을 장식하기에 헨델의 ‘울게하소서’는 적격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HJ컬쳐> |
특히, 뮤지컬은 총 33곡의 넘버 중 일부 곡을 고유진, 루이스초이에게 맞춰, 편곡이나 배치에 변화를 줬다. 예를 들어 임팩트가 강한 파리넬리의 첫 등장 장면에서 고유진은 니콜라 포르포라의 ‘위대한 조베여(Alto Giove - N.A.Porpora)’를, 루이스초이는 리카르도 브로스키의 ‘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Son Qual Nave Ch’agitata - Riccardo Broschi)’를 부른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음악적 변주를 통해 고유진의 부드러운 고음과 섬세한 감성, 루이스초이의 힘있는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이 각각 돋보이도록 했다.
고유진, 루이스초이 외에 배우 안유진, 이준혁, 김호섭, 원종환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파리넬리’는 오는 5월 10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