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자내 강경파 갈등 양상…조기 총선 가능성도 부각
하지만 오는 14일까지 14억유로(약 1조7000억원) 규모 단기국채의 상환이 다가오고 있다. 이 물량을 무사히 넘기느냐가 일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지난달 29일 72억유로 규모의 추가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사치세와 주류세 인상 등의 긴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유럽 채권단은 공공부분 임금삭감안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스는 일단 채권단으로부터 72억유로의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면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집권 시리자 당내 강경파들은 유로존 탈퇴나 독일 전쟁배상금 문제 등을 제기하며 채권단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낸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 당내 지지세력 내분 양상…수습 필요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는 부채 탕감과 긴축 폐지를 내세워 지난 1월 25일 치른 조기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총선 공약과 달리 지난 2월 20일 유럽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하자 당내 강경파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부 장관 등 대부분의 강경파들은 유럽연합 채권단이 그리스를 식민지로 바라보고 있다며 치프라스에 총선공약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와 채권단에 동시에 이익이 되는 합의를 도출할 것을 강조하며 구제금융 연장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6월 말 새 협상에서 총선 공약을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치프라스로서는 한시적이긴 하지만 일단 명분에서 한 수 접은 상태에서 강경파의 요구를 순조롭게 무마하지 못한다면 자칫 갈등이 폭발해 위기 상황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 서방 측 "그리스, 조기총선 필요"
전문가들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시리자 내부의 갈등이 불거져 협상파와 강경파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럴 경우 정국은 빠르게 소용돌이로 빠질 수 있고 또 한번의 조기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매체는 이미 유럽연합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 그리스의 조기 총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FT는 유럽연합 측이 치프라스 총리가 협상 타결을 위해 시리자 내 강경파와 결별하고 중도좌파인 사회당이나 포타미 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기총선이 치러질 경우 치프라스가 정권 유지를 위한 충분한 표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 유로존 관리는 FT에 "치프라스 총리는 총리직과 시리자 당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파굴라토스 아테네 경영대학교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치프라스 정부가 극단적인 좌파 연합에서 중도좌파연합으로 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치프라스, 러시아 방문 카드…살얼음판 행보
치프라스 총리는 오는 8일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비슷한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예정돼 있다.
치프라스는 푸틴에게 환대받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서방 측을 도발하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푸틴이 원하는 것은 그리스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 측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치프라스의 행보는 독일에 대한 견제구 성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강아지가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만약 유로존 소속의 그리스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운다면 이는 서유럽 지도자들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리스-러시아 관계 전문가인 테오카리스 그리고리아디스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는 "그리스는 러시아를 이용해 독일을 긴장시키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치프라스는 러시아의 영향권에 묶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프라스로서도 그다지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푸틴이 유로존이 담보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리스 국채를 1~2억유로 정도 사준다면 치프라스로서도 체면이 서고 향후 행보에도 적잖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