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김남현 기자] "과거에는 경기만 좋아지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경기부양 정책의 부작용은 잘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성태(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한은의 통화정책을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총 3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표되는 소위 '비둘기파적 통화정책'에 대해 의문을 던진 것이다.
뉴스핌은 이주열 총재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이성태 전 총재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이주열 총재 1년을 평가해달라는 말에는 "별로 할말이 없다"며 극구 사양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
다음은 이 전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까지 내리고 금융중개지원대출도 역대 최대인 20조원으로 늘렸다. 어떻게 보나?
- 2007년 금융위기가 오기 전과 지금의 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경기만 좋아지면 모든게 다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경기부양정책의) 부작용도 별로 생각 안했고 당연히 순기능이 더 클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금은 솔직히 걱정스럽다. 재정확대, 금융확대 식의 경제정책이 과연 얼마나 국민들을 잘살게 할 수 있느냐에 의문이 든다.
▲ 어떤 면에서 의문이 든 다는 것인가?
- 이전에는 경기를 부양하면 집값도 오르고 주가도 올랐다. 여기에 고용도 늘고 임금도 올라갔다. 옛날에는 그렇게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식·부동산·단기 채권 등 자산가격은 오르는데 내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일자리와 임금이 따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혜택보다 불이익이 큰 계층이 더 많아지고 있다.
▲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파급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 지금 하고 있는 정책은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서 소득 많은 사람에게 '이래도 투자 안할래?'하며 압박하는 식이다. 그런식으로라도 투자를 확대한 결과 실물과 고용으로 연결되고, 생산도 늘고 임금도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순기능은 커녕 역기능에 대한 걱정만 커진다.
부동산만 해도 그렇다. 과거에는 경기를 부양하면 주택건설이 촉진되고 2차, 3차 파급효과로 일자리와 임금이 늘었다. 지금은 이런 순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자산 가격만 올라가고, 그 과정에 참여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 옛날과 무엇이 바뀐 것인가?
-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그간 잠복해 있는 문제점들이 표면으로 다 노출된 것이다. 옛날에는 그런 결정(대규모 경기 부양 등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안했다.
▲ 물가 하락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기준 금리인하를 포함한 완화적 통화정책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나?
- 흔히들 '물가안정'이라는 말을 하는데, 따지고 보면 나의 소득이 물가상승률 보다 떨어지면 살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물가안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못 쫓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른 사람들의 구매력은 100에서 150으로 늘었는데. 나는 10 그대로다. 이건 물가안정이 아니다. 사회 서비스와 재화에 대한 지배력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다.
▲ 그렇다면 대안은 무었인가?
- 말을 잘 안하는 이유가 해결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조정 문제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 소득 분배 방법을 말하는 것인가?
-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고소득 정규직 연봉을 6000만원 혹은 8000만원이라고 치자. 다른 한쪽은 연 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영세기업 간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올려줄 수도 없다. 사회적 역학관계상 당장 위치에 있는 사람 몫을 깎아서 못 찾는 사람에게 줘야한다. 여력이 있는 부문을 아래 쪽으로 내려주는 것이다. 비정규직, 중기 영세기업에 줘야한다. 대기업이 5% 임금인상 여력 있으면 그 5%를 하청업체에 줘야 한다. 하청업체도 오너만 이를 갖는게 아니라 고용자들에가 나눠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누가 하겠나. 방법이 어렵다. 경기 부양한다고 펌프질만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