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문화의 향기<17> 잔잔한 미소와 눈물의 샘, 스크린 속의 세계
우리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따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거나 혹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만큼 진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일 게다. 인간의 웃음과 눈물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하나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흔히 웃음은 만병통치역이라고 하는데, 이는 웃음이 인간의 감정을 순화시켜주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은 슬플 때만 나오는 게 아니라 감정이 북받쳐오를 때도 나온다. 이는 눈물이 기쁨과 슬픔, 고통과 절망, 사랑과 감사, 후회와 반성 등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눈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자주 눈물을 흘린다.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며 순수하다는 뜻이다. 자기감정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모든 인간사와 다양한 문화현상을 폭넓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삶의 여러 양태들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유형을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시사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영화 또한 그러한 역할을 똑같이 해내고 있다. 이처럼 영화는 당대의 사회상과 문화, 그 나라의 전통과 가치관, 민족의 절망과 좌절 그리고 꿈과 희망을 반영하는 문화적 거울이다.
또 영화와 문학은 모두 다양한 인생의 모습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영화가 문학보다 메시지 전달의 강도가 더 강하고 빠르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영화란 관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데 있어 클라이맥스를 가지고 있으며, 또 반전과 역전의 짜릿함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향과 조명 효과 등이 가세하면서 현실감을 높이고, 원작인 문학작품보다 훨씬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여운이 더 길고 오래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닥터 지바고(Dr. Zhivago)’는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을 영화화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를 책으로 본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이후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작품의 내용에 심취하게 되었다. 또한 불후의 고전명작인 ‘햄릿’이나 ‘고도우를 기다리며’라는 작품들은 책으로 읽을 때보다 연극이나 영화로 보면 내용을 좀 더 이해하기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영화사에서 빛나는 걸작품들을 꼽아보자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사운드 오브 뮤직’,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타이타닉’ 등은 가장 뛰어난 작품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영화를 통한 힐링기능 사례를 살펴보자. 영화에서 명대사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주인공들의 대사는 짧고 명료하지만 영화 내용 중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각인시켜주고 있다.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 러브스토리 -
“알다시피, 인간이 한 직업에 종사하다보면 그 직업이 그의 모습이 되는 거야.(A man takes a job, you know. And that job becomes what he is.)"
- 택시 드라이버-
"타라, 오 내 고향, 타라에 가자. 거기에 가면 그이를 되찾을 방법이 생각날 거야.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깐(After All Tomorrow Is Anther Day)."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얘들아. 사랑하는 너의 엄마를 병실에 혼자 둘 수는 없어. 여기가 집이야. 네 엄마가 나의 집이야.(This is my home now. Your mother is my home.)” - 노트북 -
“인생이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얻을지 결코 알 수 없거든.(Life is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 are going to get)” - 포레스트 검프 -
영화 속의 명장면 또한 오랜 여운을 남긴다. ‘벤허’의 전차경주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다. 15분여에 달하는 전차경주 장면은 배경음악 없이 관중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만으로 경기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표현한 영화사의 명장면이다.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은 100% 수작업 장면으로 대부분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했다. 영화를 만든 윌리엄 와일러 감독 자신도 그 장면에 감동하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 신이시여, 과연 이게 제가 만든 작품입니까?”라고 탄성을 자아내어 화제가 되었다.
‘암흑가의 두 사람’의 마지막 장면, 알랭드롱의 처연한 눈빛 연기는 압권이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 그는 분노와 우수에 찬 눈망울로 뒤로 돌아 쏘아본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지는 강력한 항의 메시지였다. 영화는 당시의 프랑스 사회체제를 고발하고 있다. 잘못된 관습과 제도, 편견 등으로 인해 한번 실수로 범죄에 빠져든 사람의 경우 다시 건강하게 살아나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울러 길로틴이라는 사형제도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4년 후인 1977년부터는 프랑스에서 더 이상 길로틴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또 1981년에는 사형제도 마저 폐지되었다. 이것이 바로 영화의 위력이라 하겠다.
영화 '타이타닉(Titanic)'의 선상에서 여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남자주인공이 그녀를 뒤에서 백허그(back hug)하는 장면은 젊은 연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그리고 빙산에 부딪쳐 침몰해가는 타이타닉호에서 끝까지 자신의 할 일인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팀, 또 침몰하는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다며 문을 걸어 잠그는 선장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을 담았다.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 또한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없었기에 결혼식장에서 그녀를 납치하여 같이 버스를 타고 도망하는 장면이다. 이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연애감정을 극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또 젊은 세대를 여전히 자신들의 울타리 속에 가둬두려는 기성세대의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세대의 몸부림을 함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영화는 또 우리의 육안으로는 제대로 보기 어려운 세상을 뛰어난 영상기술을 통해 파노라마와 스펙터클의 감동으로 구경시켜주기도 하고, 혹은 현실적으로는 체험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시켜주기도 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와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는 사막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에서는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감동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냈다.
또한 시간여행이나 우주여행을 경험케 해주기도 한다.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어바웃 타임(About Time)',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등은 미래와 현재를 넘나들며 공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 주었고, 아울러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일깨워주고 있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 '그래비티(Gravity)'는 광활하고 신비하면서도 아름다운 우주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주면서 동시에 휴머니즘까지 일깨워 주고 있다.
영화는 또 음악으로도 관객을 힐링해 준다. 어떤 경우 영화 내용보다도 음악이 더 오랫동안 여운이 남고 감동 또한 더 진하다.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은 영화이자 음악이다. 영화와 음악의 고전이자 바이블이 되었다. 영화 '졸업(The Graduate)'에 삽입된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 의 사운드 오브 사일렌스(The Sound of Silence)와 스카보로의 추억(Scarborough Fair)은 오늘날 거의 고전음악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독특한 색채와 촬영기법으로 인기를 모았던 프랑스영화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는 삽입된 음악 또한 유명한데, 이는 영화음악의 거장 프란시스 레이가 만들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또한 영화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의 서정적인 음악은 마카로니웨스턴으로 알려진 '황야의 무법자', '미션(The Mission)'의 주제곡,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등에 삽입되었다. 영화 이상으로 그의 영화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 아직도 불후의 명곡으로 남아있다.
이제 영화산업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알아보자. 전 세계 영화시장 규모는 2012년 345억 달러에 이르고, 이중 미국시장이 전체의 약 3분의 1인 108억 달러(캐나다 포함)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다. 한편,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13억 달러 규모로 세계 7~8위 정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아직 스크린쿼터(screen quota)를 통해 일정한 날짜만큼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정해두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대규모 흥행 등을 통해 성장했고, 멀티플렉스 등의 결합으로 취미생활에 영화를 끌어들임으로써 시장을 급속도로 키워냈다.
흔히 ‘베니스 영화제’, ‘칸 영화제’,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를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부른다. 이 중 칸영화제는 일단 국제 영화제의 메카라고 불리기도 하는 만큼 거대한 필름마켓을 자랑하며, 영화의 예술성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상업성도 추구한다. 영화제 최고상으로 황금종려상이 수여된다. 이에 비해 베를린 영화제는 다소 영화 비평가와 감독 위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또 유럽영화, 아동 영화제, 유럽 영화 회고전 등 별도의 섹션을 운영하는 등 유럽의 영화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최고상으로 황금곰상이 수여된다. 베니스 영화제는 최초의 국제 영화제이자, 칸 영화제와 쌍벽을 이룬다. 칸 영화제에 비해 영화의 예술성에 좀 더 주목하는 편이다. 최고상으로 황금사자상이 수여된다.
그런데 이 3대 국제영화제보다 더 주목받는 영화제가 있다. 바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아카데미상(Academy Award)은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오스카(Oscar)상이라고도 한다. 이는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극장에서 1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70밀리 및 35밀리의 미국 및 외국의 장편/단편 영화들을 대상으로 시상을 한다. 따라서 아무리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에서 이름을 날리더라도 LA에서 상영이 안됐다면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다. 따라서 엄격히 말해 '국제영화제'라 할 수는 없다. 시상식은 매년 3월말에서 4월초에 열리는데, 미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 되어온 큰 행사인지라 시상식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한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
우리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따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거나 혹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만큼 진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일 게다. 인간의 웃음과 눈물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하나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흔히 웃음은 만병통치역이라고 하는데, 이는 웃음이 인간의 감정을 순화시켜주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은 슬플 때만 나오는 게 아니라 감정이 북받쳐오를 때도 나온다. 이는 눈물이 기쁨과 슬픔, 고통과 절망, 사랑과 감사, 후회와 반성 등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눈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자주 눈물을 흘린다.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며 순수하다는 뜻이다. 자기감정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모든 인간사와 다양한 문화현상을 폭넓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삶의 여러 양태들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유형을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시사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영화 또한 그러한 역할을 똑같이 해내고 있다. 이처럼 영화는 당대의 사회상과 문화, 그 나라의 전통과 가치관, 민족의 절망과 좌절 그리고 꿈과 희망을 반영하는 문화적 거울이다.
또 영화와 문학은 모두 다양한 인생의 모습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영화가 문학보다 메시지 전달의 강도가 더 강하고 빠르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영화란 관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데 있어 클라이맥스를 가지고 있으며, 또 반전과 역전의 짜릿함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향과 조명 효과 등이 가세하면서 현실감을 높이고, 원작인 문학작품보다 훨씬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여운이 더 길고 오래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닥터 지바고(Dr. Zhivago)’는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을 영화화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를 책으로 본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이후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작품의 내용에 심취하게 되었다. 또한 불후의 고전명작인 ‘햄릿’이나 ‘고도우를 기다리며’라는 작품들은 책으로 읽을 때보다 연극이나 영화로 보면 내용을 좀 더 이해하기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영화사에서 빛나는 걸작품들을 꼽아보자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사운드 오브 뮤직’,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타이타닉’ 등은 가장 뛰어난 작품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영화를 통한 힐링기능 사례를 살펴보자. 영화에서 명대사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주인공들의 대사는 짧고 명료하지만 영화 내용 중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각인시켜주고 있다.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 러브스토리 -
“알다시피, 인간이 한 직업에 종사하다보면 그 직업이 그의 모습이 되는 거야.(A man takes a job, you know. And that job becomes what he is.)"
- 택시 드라이버-
"타라, 오 내 고향, 타라에 가자. 거기에 가면 그이를 되찾을 방법이 생각날 거야.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깐(After All Tomorrow Is Anther Day)."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얘들아. 사랑하는 너의 엄마를 병실에 혼자 둘 수는 없어. 여기가 집이야. 네 엄마가 나의 집이야.(This is my home now. Your mother is my home.)” - 노트북 -
“인생이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얻을지 결코 알 수 없거든.(Life is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 are going to get)” - 포레스트 검프 -
영화 속의 명장면 또한 오랜 여운을 남긴다. ‘벤허’의 전차경주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다. 15분여에 달하는 전차경주 장면은 배경음악 없이 관중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만으로 경기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표현한 영화사의 명장면이다.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은 100% 수작업 장면으로 대부분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했다. 영화를 만든 윌리엄 와일러 감독 자신도 그 장면에 감동하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 신이시여, 과연 이게 제가 만든 작품입니까?”라고 탄성을 자아내어 화제가 되었다.
‘암흑가의 두 사람’의 마지막 장면, 알랭드롱의 처연한 눈빛 연기는 압권이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 그는 분노와 우수에 찬 눈망울로 뒤로 돌아 쏘아본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지는 강력한 항의 메시지였다. 영화는 당시의 프랑스 사회체제를 고발하고 있다. 잘못된 관습과 제도, 편견 등으로 인해 한번 실수로 범죄에 빠져든 사람의 경우 다시 건강하게 살아나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울러 길로틴이라는 사형제도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4년 후인 1977년부터는 프랑스에서 더 이상 길로틴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또 1981년에는 사형제도 마저 폐지되었다. 이것이 바로 영화의 위력이라 하겠다.
영화 '타이타닉(Titanic)'의 선상에서 여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남자주인공이 그녀를 뒤에서 백허그(back hug)하는 장면은 젊은 연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그리고 빙산에 부딪쳐 침몰해가는 타이타닉호에서 끝까지 자신의 할 일인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팀, 또 침몰하는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다며 문을 걸어 잠그는 선장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을 담았다.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 또한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없었기에 결혼식장에서 그녀를 납치하여 같이 버스를 타고 도망하는 장면이다. 이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연애감정을 극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또 젊은 세대를 여전히 자신들의 울타리 속에 가둬두려는 기성세대의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세대의 몸부림을 함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영화는 또 우리의 육안으로는 제대로 보기 어려운 세상을 뛰어난 영상기술을 통해 파노라마와 스펙터클의 감동으로 구경시켜주기도 하고, 혹은 현실적으로는 체험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시켜주기도 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와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는 사막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에서는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감동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냈다.
또한 시간여행이나 우주여행을 경험케 해주기도 한다.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어바웃 타임(About Time)',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등은 미래와 현재를 넘나들며 공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 주었고, 아울러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일깨워주고 있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 '그래비티(Gravity)'는 광활하고 신비하면서도 아름다운 우주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주면서 동시에 휴머니즘까지 일깨워 주고 있다.
영화는 또 음악으로도 관객을 힐링해 준다. 어떤 경우 영화 내용보다도 음악이 더 오랫동안 여운이 남고 감동 또한 더 진하다.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은 영화이자 음악이다. 영화와 음악의 고전이자 바이블이 되었다. 영화 '졸업(The Graduate)'에 삽입된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 의 사운드 오브 사일렌스(The Sound of Silence)와 스카보로의 추억(Scarborough Fair)은 오늘날 거의 고전음악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독특한 색채와 촬영기법으로 인기를 모았던 프랑스영화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는 삽입된 음악 또한 유명한데, 이는 영화음악의 거장 프란시스 레이가 만들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또한 영화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의 서정적인 음악은 마카로니웨스턴으로 알려진 '황야의 무법자', '미션(The Mission)'의 주제곡,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등에 삽입되었다. 영화 이상으로 그의 영화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 아직도 불후의 명곡으로 남아있다.
이제 영화산업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알아보자. 전 세계 영화시장 규모는 2012년 345억 달러에 이르고, 이중 미국시장이 전체의 약 3분의 1인 108억 달러(캐나다 포함)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다. 한편,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13억 달러 규모로 세계 7~8위 정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아직 스크린쿼터(screen quota)를 통해 일정한 날짜만큼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정해두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대규모 흥행 등을 통해 성장했고, 멀티플렉스 등의 결합으로 취미생활에 영화를 끌어들임으로써 시장을 급속도로 키워냈다.
흔히 ‘베니스 영화제’, ‘칸 영화제’,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를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부른다. 이 중 칸영화제는 일단 국제 영화제의 메카라고 불리기도 하는 만큼 거대한 필름마켓을 자랑하며, 영화의 예술성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상업성도 추구한다. 영화제 최고상으로 황금종려상이 수여된다. 이에 비해 베를린 영화제는 다소 영화 비평가와 감독 위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또 유럽영화, 아동 영화제, 유럽 영화 회고전 등 별도의 섹션을 운영하는 등 유럽의 영화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최고상으로 황금곰상이 수여된다. 베니스 영화제는 최초의 국제 영화제이자, 칸 영화제와 쌍벽을 이룬다. 칸 영화제에 비해 영화의 예술성에 좀 더 주목하는 편이다. 최고상으로 황금사자상이 수여된다.
그런데 이 3대 국제영화제보다 더 주목받는 영화제가 있다. 바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아카데미상(Academy Award)은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오스카(Oscar)상이라고도 한다. 이는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극장에서 1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70밀리 및 35밀리의 미국 및 외국의 장편/단편 영화들을 대상으로 시상을 한다. 따라서 아무리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에서 이름을 날리더라도 LA에서 상영이 안됐다면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다. 따라서 엄격히 말해 '국제영화제'라 할 수는 없다. 시상식은 매년 3월말에서 4월초에 열리는데, 미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 되어온 큰 행사인지라 시상식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한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