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금리카드 빼드나, 통화완화 기대 고조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8%로 최근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역시 -4.3%로 3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은 인민은행이 올해 더욱 적극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디플레이션 우려 가중, 인민은행의 '의중' 읽기에 시각차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조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광대증권은 최근 식품가격 추이를 볼 때 CPI가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2015년 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해통증권도 올해 CPI 전망치를 1.3%로 내렸다.
둔화세가 짙어지고는 있지만, 플러스 상승률을 나타내는 CPI와 3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PPI 추이 역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디플레이션 위험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민은행의 판단도 그러할까. 인민은행의 '의중'을 읽어내는 데는 기관별로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만굉원(申萬宏源) 등 다수 기관투자자는 인민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2월 들어 유가가 소폭 오르면서 이번 달 CPI 상승률이 1월보다 높아질 수는 있지만, 올해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개선되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원자재 가격 약세 지속이 물가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신만굉원은 분석했다. 2월 첫째 주 CRB지수(원자재가격지수)와 CRB공업지수는 1월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2월 PPI 역시 저조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만굉원은 최근 중국 디플레이션 압력 상승은 ▲ 유럽과 신흥시장 경기 불안정 ▲ 에너지와 공업 원자재 수급 불균형 ▲ 중국 부동산 거품과 경제 구조 전환이 가져온 내재적 물가하락 등 대내외적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한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 정도가 점점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디플레이션 위험성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신만굉원 등 대다수 기관 투자자의 예측이다. 최근 전면적 지급준비율 인하에 이어 인민은행이 금리인하와 지준율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그러나 인민은행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다소 여유롭게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화창(華創)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근본 원인이 중국 산업 생산과잉과 해외 원자재 가격 하락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다소 충격적인 1월 CPI 상승률도 중국 경제의 내재적 문제 때문이라기 보다 춘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지난해에는 춘제(春節 음력설)가 1월이어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비교적 많이 높아졌지만, 올해는 연초 주요 가격 상승 원인인 춘제가 2월에 있어 1월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2월에는 CPI 상승률이 1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2월 CPI 상승률이 1월보다 높아진다면 인민은행은 일단 한숨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인민은행이 물가 수준을 판단할 때 전년 동월 대비 수치보다는 전월 대비 수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CPI와 PPI 역방향 추이에 대해서도 시장처럼 비관적이지 않다고 중국이 경제개혁의 기치 아래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판단과 달리 원인을 경기 하방이 아닌 경제개혁에서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생산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조금 더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화창증권은 주장했다.
◆ 금리와 지준율 인하,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어
1월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CPI 결과가 발표되자, 정부가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앞서 "1월 CPI 상승률이 1% 이하로 낮아지면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등 보다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디플레이션 우려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만큼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을 분명해 보인다. 인민은행이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준율 인하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 유력시된다. 시장의 관심은 통화완화의 수위와 정책 조정 시기로 쏠리고 있다.
화창증권은 1월 기대에 못 미치는 CPI와 PPI 결과에도 인민은행이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민은행이 이미 4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에 당장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다양한 통화 조정 도구를 사용해 시중 유동성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10일 1월 CPI 지수 발표 후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조작에서 14일물 역RP 금리를 인하했다. SLF(단기유동성지원), 중기유동성지원(MLF) 등 통화조절 도구의 사용을 확대하고, 담보성 재융자 등 새로운 통화 공급 도구의 사용도 늘려갈 예정이다.
담보성 재융자(信貸資産質押再貸款)란 상업은행이 인민은행으로부터 재융자를 받을 때 담보를 제공해 융자 비용을 낮추는 제도로 인민은행은 올해 시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의 재융자는 은행의 신용도에 따라 제공되는 신용대출로 담보가 필요 없다.
화창증권은 다양한 통화 공급 도구 활용은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인하 시기를 늦추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1~2월 경제수치 결과에 따라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수위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