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급여 5500만원 이하도 대부분 세부담 늘어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13월의 보너스'라는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이 돼서 돌아왔다. 정부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사실상 '증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말정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
기재부에 따르면 총급여 7000만원을 초과하는 상위 10% 근로자(약 160만명)의 세부담이 약 1조3000억원 증가한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약 100만명)는 평균 2만~3만원 수준에서 증가해 전체적으로 약 260억원 늘어난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약 1300만명)는 평균적인 세부담이 줄어들게 돼 전체적으로 약 4600억원이 경감된다.
그러나 총급여 5500만원 이하자 중 일부 근로자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부양가족공제, 자녀의 교육비·의료비 공제 등을 적용받지 못해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을 내지 않는 사람이 512만명(전체 납세자 1636만명 중 31%)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세금 증가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세금을 늘리지 않고도 복지를 강화하겠다면서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쳤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염불이었다. 올해초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세수 2조8000억원 증대 예상)했고 2013년 개정된 세법개정에 따라 사실상 증세가 실천되고 있다.
최 부총리도 "고소득층의 세부담 증가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근로장려세제(EITC), 자녀장려세제(CTC) 등을 통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했다"며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를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수입 확대를 위한 노력일 수도 있지만 꼼수 증세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증세는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날 오전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이때 말하는 증세는 본격적인 증세를 말한다"며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인상을 통한 본격적인 증세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