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감소에 한계...자본증액으로 부채비율 축소
[뉴스핌=정경환 기자] 대한항공이 전격적으로 대규모 유증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없던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1416만4306주이며, 주당 발행가격은 3만5300원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자본은 증가하고 부채는 감소하는 효과를 보게 돼 부채 비율이 약 200%p 정도 낮아지는 동시에 연간 약 200억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유증은 기존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는 없던 것이라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3년 말 에쓰오일(S-Oil) 지분 매각, 항공기 매각, 투자자산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총 3조5000억원을 확보, 2015년까지 부채비율을 400%까지 낮추는 내용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계획안에 유상증자 관련 내용은 없었다.
시장에선 이번 유증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부채비율 감소가 절박한 대한항공이 택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풀이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는 20조7521억원, 자본은 2조564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809%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채비율을 200% 낮추기 위해서는 약 5조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유증으로 자본이 5000억원 늘어나면 대한항공이 목표하는 600%대 부채비율은 약 2조원의 자금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현재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따라 에쓰오일 지분 매각으로 2조원, 항공기 매각 등으로 2400억원 등 목표 수치 3조5000억원 가운데 2조2400억원을 마련한 상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니, 자본을 늘리는 것 아니겠나"라며 "분자를 줄이는 것보다 분모를 늘리는 게 더 쉽게,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