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통상임금 등 불확실 높아져..상시인사로 조직에 긴장감
[편집자] 주요 그룹사의 2014년도 연말결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다. 올 한해 경영평가에 따라 2015년도를 기약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EO들에게는 올해도 어김없이 웃고 우는 인사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하다. 주요 그룹사 대부분이 연초에 목표한 영업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서다. 실적이 꼭 CEO들의 자리보존(?)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각 그룹사 CEO들이 남은 기간동안 어떤 능력을 보여줄 지 주목되는 때다.
[뉴스핌=이강혁 우동환 기자] 현대차그룹은 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자(CEO) 인사의 경우 상시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CEO에게 강한 책임을 물으면서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CEO 인사의 경우 정기인사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현대차그룹의 상시인사는 정착돼 있다. 올 들어서도 설영흥 중국 총괄부회장, 최한영 상용차부문 부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던 CEO들이 인사철과 무관하게 옷을 벗었다.
올 연말 정기인사는 현대차그룹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기라는 점과 함께 글로벌 판매 확대를 위한 영업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엔저 문제, 통상임금 등 곳곳이 암초인 상황에서 재무 라인의 약진 등 임원급 승진·문책의 전체 인사폭은 적잖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상시인사, 부회장단 10명으로 축소..그룹 인사 체제 전환 필요
현대차그룹은 삼성과 함께 국내 산업계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엔저와 원화 절상 흐름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우려는 커지고, 내수 시장도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의 파상 공세로 고전 중이다. 자동차의 판매 확대는 물론 철강과 건설까지 수직계열화된 그룹 전체의 인사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올해 통상임금 문제로 임담협 교섭이 장기화되면서 생산차질을 빚었고 연비 과장 논란의 파장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더불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성을 위해 한전 부지를 10조원에 매입한 후 적정가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제는 내년도 사업 여건도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특히 4분기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환율은 일본이 추가 부양책 카드를 꺼내들면서 다시 시계제로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동시에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도 불안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특히 부회장단의 축소로 자리보존이 어려운 임원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현대차그룹에서 3명의 부회장이 사임한 가운데 후임으로 2명이 신규 선임 됐다.
먼저 지난 2월초 현대차에서 4년간 상용차부문을 담당하고 있던 최한영 전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최 전 부회장은 당시 해외 진출 사업이 일단락되고, 전주공장 2교대 전 환 및 증산 프로젝트가 마무리 됨에 따라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는 기아차 미국 생산∙판매 총괄인 안병모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4월에는 설영흥 전 중국사업총괄 담당 부회장이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사의 를 표명했다. 설 전 부회장의 돌연사의 표명은 중국 4공장 설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지난 2007년부터 현대제철을 이끌어왔던 박승하 전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당진제철소 투자 완료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후임을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부회장이 떠난 자리에 는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메꿨다.
이로써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회장단은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한규환 현대 로템 부회장, 안병모 기아차 미국총괄 부회장,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 신종운 품질담당 부회장, 양웅철 R&D 담 당 부회장, 김용환 전략기획담당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구성됐다.
사장단 인사도 수시로 단행되고 있다. 지난해 리콜 등 품질현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 난 권문식 고문이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으로 복귀했다. 또한 설 전 부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중국사업총괄 담당으로는 최성기 베이징현대 부사장이 사장으로 영전했고, 현대제철에서도 강학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각각 재경본부장을 맡았던 이원희 부사장과 박한우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원화 절상 등으로 수익 여건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이삼웅 기아차 전 사장은 부분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차질을 책임을 지고 물러나 올해 임단협 후유증을 실감케 했다.
◆ 연말 승진인사 관전포인트는 '재무통'..국내외 영업파트 인사 폭 커질 듯
현대자동차그룹의 연말 인사는 주로 부사장급 이하에서 승진 및 전보 발령이 이뤄지고 있어 올해에도 인사 규모와 사업 방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는 점에서 승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참고로 지난해 연말 현대차그룹의 정기 임원 승진인사 규모는 총 419명으로 2012년 379명과 비교해 10.6% 늘어난 바 있다.
올해는 환율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재무 쪽 라인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앞서 사장단 인사에서 재경본부장급의 승진 인사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한 연비를 비롯해 품질 문제에 대한 보완책도 잇따르고 있어 지난해와 같이 연구개발 및 품질 관련 부문의 인사 강화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형 엔진 추가와 경량화 등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전 모델의 평균연비를 25% 개선한다는 방침이어서 연구개발 부문 인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판매 확대를 위해 국내외 영업파트에서 임원 인사 폭이 커질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에게 내년은 정의선 부회장 체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전화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세대교체 인사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관전포인트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우동환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