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사업계획 기조..저성장 불확실성 높아져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 키워드는 '핵심역량'과 '현상유지'로 모아진다. 대기업들은 내년 계획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가져가면서 핵심사업의 역량 강화와 내실다지기 차원의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저성장 우려가 커진 국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은 이달 중순,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 수립은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많은 수의 대기업들 3분기 실적이 부진해 내년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크다. 3분기 이전 내부적으로 설정했던 가이드라인이 최근 급하게 수정되는 기업이 여럿이다.
4대그룹의 한 임원은 "특히 예산계획을 짜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 역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부분이나 내년은 비중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컷.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
제조업 쌍두마차인 삼성과 현대차 모두 내실경영 위주로 타이트한 사업계획을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력 사업이자 한국경제의 핵심 상품이기도 한 스마트폰과 자동차 사업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이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도 경영환경 전망 설문조사에서는 기업인 10명 중 9명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8%는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올해보다 악화될 것'(34.4%)이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올해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8.8%에 그쳤다.
이에 따라 기업인 절반은 내년 경영계획 방향을 '현상유지'로 설정하겠다고 답했다. 내년에는 '확장경영' 보다는 '내실경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긴축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인도 27.2%에 달했다. 경영의 최대 애로요인은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부진이 꼽혔다.
전경련 국제경영원 측은 "CEO 및 임원들은 우리 경제에 활기를 넣어줄 신성장동력의 부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내년도 경영전략 방향도 핵심사업 역량강화와 내실경영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들이 내년은 핵심사업 이외의 영역에서는 큰 폭의 감량경영에 초점을 맞춰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두고 보수적인 계획 수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정부가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역점을 둬야 할 과제로 '규제완화'를 꼽다. 민간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정책이 우선 추진되야 한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