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1~2주 내 일정관련 '메시지' 전달 예상
[뉴스핌=강소영 기자]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매매) 제도 시행이 결국 예상 D데이(27일)를 넘겼다. 시장 안팎에서는 여전히 당국이 빠른 시일안에 제도 시행일을 결정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후강퉁 시행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시행 일자 역시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홍콩과 상하이 간 교차 매매를 위한 기술적 문제 해결과 시스템 구축은 완료된 상태라며,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거래를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가 시행 일자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10월 내 시행 가능성이 유력했던 터라 시행무산에 시장이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홍콩증시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국가보다 후강퉁 대비에 적극적이었던 우리나라 증권가는 시행 연기에 따른 투자 열기 냉각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후강퉁 전문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증권업계는 27일 시행이 어렵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강퉁 제도는 사전 공지 없이 어느 날 돌발 시행할 수는 없다"며 중국 정부가 시간을 두고 시장에 시행 일자를 공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접촉한 중국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후강퉁 제도에 관해 우리 역시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27일 시행을 강행한다면 거래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예를 들어, 1일 거래량 상한선(순매수 기준)이 상하이와 홍콩이 각각 130억 위안과 105위안으로 정해졌지만, 실제 거래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순매수 규모가 제한되는 지, 장중 상한선 돌파시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털어놨다.
사실 중국 정부는 후강퉁 시행 날짜를 확정 지은 적이 없다. 리샤오자(李小加) 홍콩거래소 이사장이 "후강퉁은 10월의 어느 월요일에 시행될 예정"이라고 발표한 후 13일,20일, 27일이 시행 후보 일자에 올랐고, 중국의 준비상황을 고려해 가장 늦은 27일이 유력한 시행 일자도 점쳐졌을 뿐이다.
◆ 후강퉁 연기, 중국 정부도 원하는 바 아니야
중국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은 ▲ 세제문제 등 중국 감독 당국간의 협의 지연 ▲ 홍콩 시위 장기화 여파를 후강퉁 시행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 주요 경제 매체는 특히 세제문제에 대한 당국 간 협의 지연이 후강퉁 제도 시행이 늦춰지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27일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에 따르면, 중국 법률은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자본에 10%의 양도소득세 부과를 규정하고 있지만, QFII 등 외국자본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중국 정부가 언제 '세금 부과'에 나설지 몰라 QFII는 각자 준비금을 따로 마련해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도소득세에 관해 정부와 시장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후강퉁 시행에 앞서 양도소득세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온 것.
후강퉁 시행 초기 기관투자가가 시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에게 10%의 양도소득세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양도소득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각자가 '알아서' 예비금을 준비해야 하는 분위기가 외국 기관투자자의 유동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중국 내국인 투자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주민세를 포함해 내국인 투자자에 주식거래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징수하도록 규정했지만, 1994년 이후 증시 활성화를 위해 사실상 세금 부과를 유예하고 있다.
이번 달 중순 중국 국내외 주요 언론은 증권감독 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중국 정부가 후강퉁 참여 외국자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증권감독 당국은 양도소득세 등 그간 불투명하게 진행됐던 세제문제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홍콩 민주화 시위 장기화도 후강퉁 제도 시행을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안으로 촉발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4주째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홍콩의 후강퉁 시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연내엔 출범...투자자 실망보단 '인내'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27일 제도 시행이 무산됐지만, 후강퉁 제도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망하거나 후강퉁 투자계획을 접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까지 미뤄질 가능성을 적고, 연내 실시가 유력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후강퉁 전문가는 "중국 정부도 후강퉁 시행 일자가 미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홍콩 시위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고, 중국 정부도 시위가 조속히 끝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다. 날짜를 확정 지을 수 없지만, 연내 시행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1~2주일 내에 관련 당국이 후강퉁 시행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등 외국 투자자들은 섣불리 실망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후강퉁 투자 준비를 해나갈 것을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시행 일자는 장담할 수 없지만, 중국 정부가 적어도 11월 초까지는 후강퉁 세칙을 보완하고, 운용방식 등 시장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천원자오(陳文招) 중국 초상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 27일 시행 예상을이 빗나간것은 A주 투자자 심리에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A주의 단기적 타격도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거시경제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고, A증시는 한동안 조정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후강퉁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이런 관점에서 중국 A주를 바라보면, 증시가 조정을 받거나 잠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시장 진입에 적절한 시기일 수도 있으니, 침착하게 투자 시점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