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항공기 사용료, 차명계좌에 은닉할 가능성…역외탈세 여부 전수조사 필요"
[뉴스핌=김선엽 기자]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 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들이 편의치적의 이유로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251개 SPC(페이퍼컴퍼니)에 지난 6년간(2008∼2013) 6조5037억원의 대출(외화)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6년간 산은 외화대출 총 28조8804억원 중 23%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상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현대글로비스, 대한항공, SK해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기업(실질차주)이 편의치적의 이유로 조세회피처에 세운 SPC(페이퍼컴퍼니)에 수조원대의 대출을 실시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파나마와 마샬군도에 ‘GLNV1 Shipping지엘엔브이일쉽핑’ 등 21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3556억원을 대출 받았고, 대한항공은 케이만군도와 파나마에 ‘KE2013 B777’ 등 2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8305억원을 대출받았다.
또 한진해운은 파나마에 ‘HOL Shipping SA’등 28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8602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러한 대출방식은 전형적인 ‘선박금융’의 한 형태로, 글로비스나 대한항공 등 선박·항공사는 조세피난처에 SPC를 설립하고, 산은이 이 SPC가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출(외화), 대기업들이 그 SPC와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계약 등을 맺어, 그 페이퍼컴퍼니에 비용(리스 등)을 지급하고 선박‧항공기를 빌려 운행한뒤, 산은은 그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이자 및 원금을 받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해운사나 항공사 들이 세금 절감이나 인건비 절약, 국가간 각종 규제회피를 이유로 조세회피처에 SPC를 만들어, 그 SPC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선박 및 항공기를 구입한 뒤, 선박 등을 조세회피처에 ‘편의치적’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조세회피처 설립 법인들의 역외 탈세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편의치적국(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선박회사나 항공사로부터 받은 선박·항공기 사용료 등을 동 법인의 다른 명의 계좌에 은닉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비스나 대한항공 등 실질차주가 조세회피처에 SPC를 설립, 산은으로부터 선박이나 항공기 구입으로 대출받은 뒤, (국적취득조건부)용선계약 등 사용계약이 끝난뒤(산은에 대출금을 상환하고 난 후) 그 선박이나 항공기를 국내로 들어올 경우 취득세 감면 등 조세포탈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대출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난 2013년 5월 관세청은 ‘선박·해운업계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선박 등록을 통한 운항수입 해외 은닉’ 등을 조세피난처 불법자본유출 유형중 하나로 선정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금융기관이 일부 대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출하는 것이 국제적 금융관행이라 할지라도, 이들 페이퍼컴퍼니의 운항 수입 등이 은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후관리가 필요하며, 산은은 사후관리 차원에서라도 국세청, 관세청 등과 협의하여 대출 실행한 조세회피처 소재 SPC에 대한 역외탈세 여부 등에 대해 전수조사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