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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대출 금리 공시 추진, 출발부터 '삐걱'

기사입력 : 2014년08월19일 14:42

최종수정 : 2014년08월20일 09:06

은행 "기업·가계 대출 효용↓..수수료 처리도 곤란"

[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은행별 마이너스 통장(한도대출) 대출 금리 공시방안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은 물론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공시에 따른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가계, 기업대출 모두 공시에 따른 개별적인 문제점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적어도 개인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는 공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라 은행권과의 협의가 더 필요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과의 사전 협의 없이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은행연합회에 모여 은행별 마이너스 대출금리 공시방안의 필요성 여부와 제도 추진 시 문제점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금융당국에서도 중소기업 대출 관련 부서 담당자가 회의에 참석했다.
 
은행들은 우선 개인의 마이너스 대출금리 공시 효용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를 별도로 공시하면 은행별 금리차를 확인,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마이너스 대출 금리가 일반 신용대출에 약간의 가산금리를 덧붙여 책정되고 그 차이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은행별 개인의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편차가 있지만, 이는 가산금리보다는 이미 공시되고 있는 일반 신용대출 금리 차이에 더 크게 영향받는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급여통장 연결 등 해당 은행과의 거래관계에 따른 우대금리 여부에 영향을 더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흔히 마이너스 대출은 주거래은행에서 받으라는 통념은 이 측면을 반영한 얘기다.

특히 가계의 마이너스 대출은 상품군이 넓은 은행이 대개 가중평균 시 평균금리가 높게 나타나 저신용자까지 마이너스 대출을 넓힌 은행이 불리해지는 등 은행 간 유불리가 발생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물론 이는 현재 공시되는 다른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공시에도 똑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은행들은 신용대출 등 전체 상품군이 아니라 마이너스 대출이라는 특정 상품에 대한 공시에 대해서는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마이너스 대출 금리 공시 방안에 은행들은 더 부정적이다. 기업대출에서 마이너스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당좌대출 미포함)이 1% 내외에 불과한 데다 주거래은행을 가진 기업이 마이너스 대출 비교공시를 보고 은행을 갈아탈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기업의 마이너스 대출은 대출금리를 책정하는 방식에 따라 공시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도 있다는 의견이다. 은행은 크게 두 가지로 기업의 마이너스 대출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개인의 마이너스 대출처럼 일반 신용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마이너스 대출금리를 정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마이너스 대출금리를 일반신용대출 금리와 똑같이 하되 수수료를 더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 수수료는 '한도대출 약정 수수료'나 '한도대출 미사용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부과되고 있다.

한도대출 약정 수수료는 은행이 기업의 대출 약정 한도에 따라 대출금을 미리 준비, 유지해야 하는 대가로, 한도대출 미사용 수수료는 이에 더해 한도를 설정하고 사용하지 않는 비중이 크면 그에 따른 미사용 약정 충당금 등을 고려해 비용 차원에서 책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두 종류의 은행 간 마이너스 대출금리를 비교할 때 수수료 처리 문제가 대두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업의 마이너스대출 금리만 비교하면 한도대출 미약정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이 금리가 낮아 보이지만, 이는 실제로는 '왜곡현상'이고 수수료까지 합산해 금리 공시를 하면 너무 복잡해진다는 설명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업권의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다"며 "마이너스 대출금리 공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부터 마이너스 대출 금리 공시 여부에 관해서도 결정된 게 없었는데, 하는 쪽으로 알려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은행들 입장도 고려해 균형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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