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국내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 거머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8일 사내 모든 직위에서 손 뗀다.
이 회장은 1999년 한국에 1호 점포을 개장한 홈플러스를 불과 14년만에 연매출 12조억원 달성, 점포수를 140개여까지 성장 시킨 주역으로 통한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 회장의 경영 행보를 두고 '이승한이 홈플러스'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그는 지난 14년간 자신이 일궈온 홈플러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대표이사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듯 했다. 형식상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모양새지만 실질적으로 경영 고문으로 경영을 쥐락펴락했다.
홈플러스 지분 0.1% 지분도 없는 이 회장은 그동안 퇴임 이후에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얘기다.

이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 회장이 돌연 전격 사임했다. 이날 홈플러스에 따르면 도성한 홈플러스 사장은 이날 오후 사내 게시판에 "이승한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글을 올렸다.
도 사장은 "이승한 회장이 지난 14년간 홈플러스 CEO로서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임하기로 했다"면서 "이 회장의 의사를 존중해 회사측에서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그동안 품고 있던 홈플러스 회장, 홈플러스 e-파란지단 이사장,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연수원 회장, 테스코그룹 경영자문역 등에서 물러난다.
일각에선 홈플러스 실적 악화에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영국 테스코와의 불편한 관계도 이번 사임에 직접적인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3월 결산법인)는 지난해 매출액 8조1454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대비 2.3%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년 연속 떨어졌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509억원, 4633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비 23.7%, 5.3% 감소했다. 지난 2012년 매출액은 7조862억원, 영업이익은 3292억원, 당기순이익 4896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악화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립 클라크 영국 테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유통업계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경품사기 역시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에게 적지 않은 압박과 이로인한 책임이 불가피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홈플러스는 신뢰성 있는 이미지 표방했던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장이 2011년 '착한기업'을 선언을 하는 등 적극적인 이미지 구축에 나섰던 것. 현재 홈플러스는 비정규직 노조와의 갈등, 매장 내 입점한 중소상인을 내쫓거나 심지어 동반성장지수 꼴등을 하는 등의 불명예를 떠안고 있는 만큼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홈플러스 측은 이 회장의 사임과 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앞으로 이 회장은 지난 45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쌓아온 동서양을 넘나드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영이론 및 모델 개발 등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