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펀드 부진, 위안화도 약세 '반전'
[뉴스핌=정연주 김현기 윤지혜 기자] 올해 초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추천한 금융상품들의 상반기 성과가 엇갈렸다.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흐름이 연초 전망과 어긋나며 수익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뉴스핌은 국내 30여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실시한 두차례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초 '2014년 BEST투자상품 10선'을 발표했다.
설문 분석결과, △주식(미국펀드·롱숏펀드 ·ETF △채권(물가채·유럽은행 후순위채) △통화(달러·위안화 및 위안화예금 강세·호주 및 캐나다 달러 숏베팅 △대안투자(미국 리츠·아연) 등이 추천됐다. 이 가운데 연초대비 평균 수익률은 미국 리츠가 16.00%로 가장 높았으며 ETF(9.67%), 아연 (8.00%), 북미펀드(7.06%)가 뒤를 이었다.
◆ 미국 펀드·ETF '훨훨'…국내 롱숏펀드 '부진'
올해 초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펀드와 국내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미국 시장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대로 따랐다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이들에 비해 재미를 봤다.
4일 KG제로인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펀드는 연초 대비 7.06%의 수익률(6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34%, 나스닥 종합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각각 6.4%, 7.0% 상승해 북미펀드가 미국 경기회복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상품별로는 '피델리티미국자(주식-재간접)A' 펀드가 연초 후 8.21%의 수익률을 올렸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TIGERS&P500선물상장지수(주식-파생)'과 'KB스타미국S&P500인덱스자(주식-파생)A'가 각각 7.99%, 7.66% 상승했다.
미국ETF의 수익률은 펀드보다 더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상장된 160개 ETF중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은 총 7개. 그 중 3개는 지난달 상장돼 뚜렷한 성과를 보이진 않았지만 나머지 4개의 평균 수익률은 9.67%를 나타냈다. 북미펀드나 롱숏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선사한 셈이다.
개별 ETF로 보면 '미래에셋TIGER합성-MSCI US리츠부동산상장지수투자신탁(파생형)(H)'가 15.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KODEX합성-미국 바이오테크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도 11.93%로 ETF가 저상장·저금리 시대의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매김했음을 보여줬다.
반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국내 롱숏펀드의 성적표는 인기만 못했다. 주요 롱숏펀드 14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2.05%를 나타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코스피가 지난해 대비 0.4% 하락한 채로 올해 상반기를 마감했다는 것이다.
'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자(주식) A'가 5.98%로 집계돼 롱숏펀드 내 최고 수익률 자리에 올랐다. 반면 한 해에만 8525억원을 모집해 '돌풍의 주역'으로 불리던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주혼) A'는 -0.58%를 기록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연구원은 "지난해 성과가 매우 좋았기에 투자자들이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자산운용사별로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는 외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올해 하반기까진 '옥석가리기'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펀드와 ETF는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게 좋으며 상승 시기는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물가채 '방긋'…유럽銀 후순위채 '청신호' 계속
상반기 투자유망 종목에 나란히 오른 유럽은행 후순위채와 물가연동국채(물가채)는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하반기 전망에서는 명암이 갈렸다.
물가채는 지난해 불명예를 씻어내듯 거침없는 랠리를 이어갔다. 연초 경기회복 기대와 정부의 물가채 활성화 방안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게다가 비과세 상품의 품귀현상으로 물가채에 '절세'수요가 대거 몰렸다. 이에 1월 중순부터 5월까지 무려 5.4%의 수익률을 창출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데다 물가 상승이 연초 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기대가 한 풀 꺾인 상황이다. 6월 들어 명목국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해 물가채 가격 메리트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
반면, 연 5.4%의 수익률(바클레이즈 발표 기준)을 달성한 유럽은행 후순위채의 경우 하반기에도 선전이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 박진영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부양책이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고 스프레드 축소 가능성이 있어 수익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10~11월 즈음 은행에 대한 테스트가 예정돼 있으나 이미 대부분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 강세 예상됐던 위안화는 약세
연초 투자전문가들이 상반기 강세 예상 통화로 꼽았던 위안화는 오히려 상반기 내내 하락세를 이어갔다.
연초 중국 경기가 불안한 가운데 글로벌 핫머니(투기성 단기 자본)가 중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자 이를 우려한 중국당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상반기 달러/위안 환율 추이, 환율상승=위안화 가치 하락> |
하지만 하반기 전망은 강세 쪽에 기울어져 있다. 실제 지난달 9일 이후 위안화 환율은 강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LG경제연구소 이창선 박사는 "최근 중국으로 유입되는 핫머니가 줄어들자 당국이 어느정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강세쪽으로 턴하고 있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에 위안화예금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6월 말 위안화예금은 119억7000만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연초 금융당국의 위안화예금 수신 제한에 막혔던 위안화예금이 금융당국이 제한을 철회하며 다시 자금을 불러들인 것이다.
상반기 호주·캐나다 달러는 약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진행은 당초 전망과 다르게 흘렀다. 1월 3일 기준 0.8976달러를 나타내던 달러/호주달러(USD/AUD)는 6월 30일 0.9431달러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신흥국 통화인 호주 달러는 반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미국에 원유 수출을 많이 하는 캐나다는 미국의 자체적인 원유생산으로 타격을 받아 달러/캐나다달러(USD/CAD)는 1월, 6월 각 1.0596달러,1.0693달러를 기록하며 연초보다 약세를 보였다.
◆ 미국 리츠·아연, 고수익에 안정성까지
대안투자군 투자 유망종목으로 추천됐던 미국 리츠 시장과 아연은 상반기중 기대에 걸맞는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리츠 시장은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였다. 배당을 포함한 총수익 기준 16%의 성과를 보이며 타 자산군 대비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향후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하나대투증권 고은진 연구원은 "펀더멘털 회복과 동반된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유효한 투자수단"이라며 "펀더멘털 개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리츠의 매력도가 단기에 소멸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닥터 코퍼(Dr.Copper)' 구리를 능가할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아연은 상반기 중 8%대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
삼성선물 홍성기 연구원은 "비교적 공급과잉 이슈에서 자유로운데다 광산 폐쇄 이슈로 가격 메리트가 생겼다"며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정연주 김현기 윤지혜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