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세율 상향으로 세부담 늘려야"
[뉴스핌=김선엽 기자] 우리나라 조세제도는 빈부격차 완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조세가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세금을 걷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시장원리로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지만, 우리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한 영미 국가에 비해서도 조세제도의 재분배 효과가 크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학교 신동균 경제학부 교수와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이 공동으로 분석한 '조세와 공적이전의 소득재분배효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조세와 공적이전을 거쳐도 지니계수가 줄어드는 정도가 주요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적이전소득'은 국가가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합계며, 지니계수는 0과 1의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계층 간 소득분포의 불균형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노동패널(KLIPS) 2003~2009년도 자료를 활용 <출처:'소득재분배정책이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완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가간 비교연구' 신동균, 장지연> |
반면 우리의 경우 지니계수 감소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해 세전 시장소득과 세후 경상소득이 불평등 정도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들은 "재분배정책이 작동하는 정도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조세 및 사회보장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병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부담 수준이 낮고 정부예산에서 복지부문의 비중도 낮기 때문"이라며 "SOC, R&D, 교육 등의 지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소득자의 조세저항을 줄이면서 세부담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 연구위원은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늘리기 위해 누진도 향상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세율을 함께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저소득층에게 0%, 고소득자에게 5%의 세율로 걷는 것보다 각각 1%, 7%의 세율을 적용하면 고소득층의 조세저항을 완화시키면서 국민 전체의 세부담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연구위원은 "만약 저소득자의 세부담 규모가 조성된 세수로 다시 제공되는 이전소득에 비해 작다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세율을 함께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