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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통시장 변화...외국 대형마트 지고 중국 '슈퍼마켓' 뜬다

기사입력 : 2013년08월20일 14:32

최종수정 : 2013년08월20일 14:32

[뉴스핌=조윤선 기자]중국에서 대형 마트가 잇따라 폐점하는 반면 중소형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소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중국망(中國網)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월마트, 까르푸 등 상당수의 대형 마트가 중국 곳곳에서 폐점하고 있는 반면, 바이자(百佳), 융왕(永旺), 화룬완자(華潤萬家) 등 중소형 슈퍼마켓이 빠른 속도로 점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외자 소매 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까프루가 연이어 매장 6곳을 폐점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화룬완자(華潤萬家) 슈퍼마켓.
◇월마트 지고 동네 슈퍼 뜬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마트가 쇄락한 주 요인으로 치솟는 임대료와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빠른 성장을 꼽고 있다.

얼마전 세계적인 유통 업체인 영국 테스코(Tesco)가 상하이 전닝루(鎮寧路)에 소재한 매장을 폐점했는데, 이 역시 10년전 보다 2배 이상 비싸진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3000평방미터(m²)에 달하는 이 매장의 연간 임대료는 10년전 52만 위안(약 9500만원)에서 현재 174만 위안(약 3억1800만원)으로 크게 오른데다, 10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지불해야 하는 탓에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최근 공개된 올 2분기 영업 실적보고에 따르면 월마트도 화룬 등 중소형 슈퍼마켓에 밀려 중국 시장점유율이 3위로 내려 앉았다.

중국 로컬 대형 마트인 스지롄화(世紀聯華)의 중국 화북지역 부총경리 허샹양(何向陽)은 "현재 중국의 임대료 수준을 감안하면 시 중심가 상권에는 대형 마트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향후 대형 마트는 도시와 농촌의 중간 지점에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형 마트 영업 비중에서 50%를 차지하는 의류, 전자 등 백화점류 관련 상품 매출이 인터넷 전자상거래 발달로 눈에 띄게 감소한 것도 대형 마트 영업 실적 부진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최근들어 유니클로, 에이치앤엠(H&M)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들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것과 더불어, 타오바오(淘寶), 징둥상청(京東商城) 등 온라인 쇼핑몰 성장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백화점, 대형 마트들이 적지 않은 시장 점유율을 내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무서운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쇼핑센터,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며 "이에 반해 중소형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이 받는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형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의 경우 신선 식품의 유통 기간에 관한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 이는 온라인 쇼핑몰이 진출하기에는 어려운 분야"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소매 업계에서 세븐일레븐과 같은 편의점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신선 식품류와 일상 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동네형 슈퍼마켓이 향후 중국 유통 업계의 새로운 추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근 2년새 까르푸 등 대형 마트들이 잇따라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이들 대형 마트의 편의점 확장은 미미한 수준이나 향후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글로벌 유통 공룡 테스코, 현지 업체와 협력에 사활 걸다

이처럼 세계적인 유통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영업 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테스코가 최근 중국 소매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화룬(華潤)과 제휴 협약을 체결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제휴 협약에 따라 공동으로 대형 마트와 일반 슈퍼마켓을 운영키로 하고, 화룬과 테스코가 각각 합자회사 지분의 80%, 20%를 나눠 가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국 언론들은 테스코가 월마트나 까르푸와 달리 한국에서 삼성과 손잡고 살아남은 것처럼, 중국에서도 로컬 업체인 화룬과 협력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스코도 여느 유통 업체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서 날로 치솟는 임대료와 온라인 쇼핑몰 성장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의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주로 이용하면서 매장의 주 고객이 중장년층에 집중되어 있다"며 "이들은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해 가격차를 이용한 수익률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 마트내 점포 입점료 등 부수적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테스코측은 화룬과 합자 회사 설립 후 정식 운영에 돌입하면, 향후 매출이 100억 파운드(약 17조5500억원) 가량 늘어나 중국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유통 합자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하이 경영대학원의 저우융(周勇) 교수는 "중국 소매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테스코와 화룬의 협력 사례는 향후 중국 소매 업계 합종연횡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테스코와 화룬은 M&A 후 화룬이 보유한 중국 본토 및 홍콩에 소재한 2986개의 지점과 테스코가 중국 본토에 소유한 131개 지점과 쇼핑센터를 공동 운영하게 된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중국 유통업계 '합종연횡' 가열화

현재 전반적으로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유통 업계에 M&A를 통한 합종연횡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화권 최고 갑부인 리자청(李嘉誠,리카싱)이 홍콩계 슈퍼마켓 체인인 바이자(百佳) 매각에 나서자 중국 본토의 화룽과 융왕을 비롯한 태국의 정다(正大)그룹 등 대형 유통 기업과 TPG, KKR 등 사모펀드까지 인수에 열을 뛰어들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얼마전엔 중국 유통 업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오신소매(高鑫零售 Sun Art Retail Group Ltd.) 마저도 바이자 인수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유통업계 전문가인 후춘차이(胡春才)는 "바이자 슈퍼는 향후 유통 업계의 트렌드인 동네형 슈퍼마켓 운영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어 유통 업계와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그 동안 화룬이 바이자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화룬이 최근 테스코와 합자 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면서 바이자에 대한 투자 의향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국 유통 업계 1위 가오신소매가 이번 바이자 인수에 뛰어든 것은 화룬과 테스코의 합자 회사 설립에 대응하기 위해서란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홍콩 슈퍼마켓 업계가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성장성도 높지 않아, 유통 기업들이 바이자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했다.

아울러 일부 사모펀드가 바이자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실리 추구가 목적인 사모펀드에 바이자 슈퍼마켓이 넘어갈 경우 장기적인 기업 발전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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