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스스로 통화정책 유효성 떨어뜨려"
[뉴스핌=김선엽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GDP 성장률이 3.0%를 기록,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기준으로는 1.3% 성장에 그쳤다. 이에 따라 당국의 정책대응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2012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작년 명목GDP 성장률은 3.0%로 98년 -1.0%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5.3%, 3.8%로 작년보다는 높았다.
명목GDP 성장률은 실질GDP 성장률에 물가상승률(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한 수치다.
▲ 1993년~2012년 우리나라 명목GDP 성장률 <자료:한국은행> |
통상 저성장이 예상되는 경우 통화당국은 유동성을 풀어서 실질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함께 높여 명목GDP 성장률을 제고시킨다. 반대로 물가상승 우려가 있는 경우 긴축적 통화정책을 통해 실질GDP 성장률과 물가를 동시에 하향 조정해 명목GDP 성장률은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명목GDP 상승률이 98년 이후 최저라는 것은 우리 경제가 완연한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들어섰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한편에서는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정책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명목GDP 목표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통화정책 운영체제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경기부진과 고실업 상태가 지속되므로 통화정책 수행 시 경제성장, 고용 등을 보다 더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지난 1월 "통화정책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다양한 이슈가 선진 경제권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그 대안으로 명목 GDP 목표제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목GDP 타겟팅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해 우리경제 정책운용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경제전반의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디플레이터가 지난해 1.0% 상승에 그쳤다는 점은 저성장·저물가 기조에 통화당국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적 실질성장률과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가 각각 3.8%(한은 추산), 3±0.5% 라는 점에서 지난해 3%의 명목GDP 성장률은 과도하게 낮은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최근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명목GDP 성장률이 지난해 1.1%에서 올해 2.7%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실물경제의 하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며 "통화정책이 실물경기의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 유효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통화량 감소,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을 상쇄시키는 것도 중앙은행의 책무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금처럼 내수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경로 상에 있을 경우, 오히려 물가상승 억제라는 기존의 방향성에서 벗어나서 통화정책을 판단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