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0까진 열어둬야","11월 이후 반등"
[뉴스핌=김민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000원대로 떨어지면서 향후 원화 강세가 어디까지, 얼마나 빨리 진행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40원 하락한 1098.2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9일 1077.30원을 기록한 후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1100원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원화 강세는 지난 9월부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지속돼 왔다. 그 주요 배경에는 미국, 유럽, 일본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 조정하면서 원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10월에는 중공업체들의 수주 물량도 집중되면서 달러 매도가 우위를 보였다.
◆ 딜러들 "환율 내려가도 속도 제한, 수급이 관건"
전일 1100원이라는 빅피겨(큰 자리수)를 깨고 내려오자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실리고 롱스탑에 추가 숏포지션까지 가세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 막판 비교적 빠르게 하락했다.
아직 따라 나오지 못한 네고와 롱스탑 물량을 감안할 때 환율 하락 추세는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역외 역시 당분간은 추가 매도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환시에서는 일단 1080원까지는 열어 놓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환율의 하락 속도를 감안하면 1080원까지 가는 속도는 매우 느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분위기 안정으로 인한 위험 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매도 심리로만으로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는 어렵고 실수급이 실려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11월 이후 미국의 재정절벽과 지속되고 있는 유로지역 재정위기에 다시 안전자산선호가 고개를 들 수 있으며 환율이 반등할 수도 있다.
A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일단 빅피겨가 깨져서 추세적으로 빠질 수 있다"며 "1080원까지는 하단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00원이 깨지면서 당분간 매수 주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그는 "당장은 내려갈 수 있지만 바닥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 반등하게 돼 있다"며 "앞으로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 11월 이후로는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가 있기 때문이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B은행의 외환 딜러는 "달러 공급 우위 현상이 없으면 심리 안정만으로는 빠지기 어렵다”며 “네고가 스탑성으로 나오거나 채권이나 주식 투자자금이 강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크게 밀릴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아래를 지향하는 장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수급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제한적 반등과 하락이 반복되면서 횡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환율이 1000원대로 내려오면서 당국이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속도 조절 차원의 스무딩 오퍼레이션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즉 하락 추세가 유효한 가운데 다시 반등하는 쪽으로 당국이 달러 매수 개입을 하기 보다는 하락 속도와 낙폭을 조절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정부는 환율의 수준보다는 변동성, 속도에 유의를 한다”며 “다른 나라와 상대적인 관점에서 비교를 해봐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A은행 외환 딜러는 “당국의 스무딩 강도에 따라서 하락 속도가 바뀔 것인데 급격히 빠지는 것을 나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C은행의 외환 딜러도 “박재완 장관은 스무딩 초점을 맞춘다고 발언하면서 방향을 틀어놓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추세 자체는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 수출업체 비상? "갤럭시가 싸서 잘 팔리나"
일각에서는 원화가 절상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1달러를 팔면 1100원대를 벌던 수출업체가 이제는 1000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게 돼 4분기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은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수출 상품들이 가격보다는 품질면에서 이미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데다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점유율도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출업체들은 대부분 환헤지를 해둔 상태여서 당장 영업이익에 큰 손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여러 나라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헤지가 돼 있는 경우도 많다.
한 중공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좋을 게 없다"면서도 "헤지를 잘 해뒀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아태지역 리서치센터 공동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국 상품의 저력이 있고 핵심 기업들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950원대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기업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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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