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 법원은 30일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D램 담합 소송 쟁점을 HBM 전환 합리성으로 봤다.
- 원고는 범용 D램 수익성이 더 높아졌는데도 3사가 HBM 중심 배분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 피고는 장기계약과 설비투자 탓에 단기 수익성만으로 생산전략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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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D램 수익 더 높아"…웨이퍼당 수익성 근거로 반박
메모리 3사 "독립적 경영 판단"…내달 21일 기각신청 심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기된 미국 D램 가격담합 집단소송의 쟁점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전환의 '경제적 합리성'으로 옮겨붙었다.
원고 측은 올 들어 범용 D램의 웨이퍼당 수익성이 HBM을 넘어선 뒤에도 메모리 3사가 HBM 중심의 생산배분과 범용 D램 공급 억제를 이어갔다며 이를 담합을 추론할 수 있는 정황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세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감산했다는 주장에 그쳤던 과거 소송보다 생산전략의 경제적 동기까지 파고든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HBM 생산은 장기 고객계약과 인증, 선행 설비투자를 전제로 하는 만큼 특정 분기의 웨이퍼당 수익성만으로 생산전략의 합리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메모리 3사 공급 전략서 11개 담합 정황 제시
30일 반도체업계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원고 측은 지난 22일 메모리 3사의 소송 기각 신청에 반대하는 반박서를 제출했다. 원고는 미국에서 D램을 구매한 개인 소비자와 PC 관련 중소사업자 등 17명·업체다.
메모리 3사는 지난 2일 업체 간 합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각사의 행동은 독립적인 경영 판단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원고 측은 범용 D램 공급 제한을 위한 합의가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며 11개의 이른바 '플러스 팩터(plus factors)'를 제시했다. 플러스 팩터는 과점업체들이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 외에 사전 합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는 추가 정황을 의미한다.
원고 측은 HBM 중심의 생산전환과 DDR4 생산 종료, D램 가격 급등에도 신규 증설을 억제한 점 등을 핵심 정황으로 들었다. 마이크론의 소비자용 메모리 브랜드 '크루셜(Crucial)' 철수와 범용 D램 고객에 대한 장기계약 거절, 세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주문 검증을 강화한 점도 포함됐다.
이번 반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HBM 생산전환의 수익성이다.
메모리 3사는 앞서 기각 신청서에서 HBM이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해 온 만큼 제한된 생산능력을 HBM에 배정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같은 논리가 올 1분기부터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원고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DDR5 64GB RDIMM은 올해 1분기 웨이퍼당 매출과 수익성에서 HBM을 추월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칩 면적이 크고 적층 과정 등을 거쳐 같은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비트 수가 적다. 원고 측은 동일한 웨이퍼를 투입할 경우 HBM보다 일반 D램 생산량이 약 3배 많다는 점을 근거로 제품 가격이 아닌 '웨이퍼당 수익'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용 D램을 생산하는 편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메모리 3사가 HBM 중심 생산전략을 유지한 것은 독립적인 이윤 극대화 행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원고 측 논리다.
◆ 2018년 소송과 다른 '경제적 동기' 공방
이번 소송에서 주목할 부분은 과거 D램 담합소송과 달리 원고가 단순한 동시 감산을 넘어 각사의 생산전략이 경제적 이해관계와 맞지 않았다는 주장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제기된 D램 담합 집단소송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비슷한 시기에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공급을 조절한 점이 담합 정황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미 제9연방항소법원은 2022년 세 업체의 유사한 공급전략만으로 사전에 가격이나 생산량을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이번 원고 측은 이를 의식해 HBM 전환의 수익성 역전과 DDR4 생산 종료, 주문 검증 강화 등 11개의 정황을 함께 제시했다. 세 업체의 행동이 단순히 비슷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사업 판단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이 반복됐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메모리업계는 특정 시점의 범용 D램 가격과 웨이퍼당 수익성만으로 장기 생산전략을 판단하는 것은 메모리 산업의 특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HBM은 AI 가속기 고객과 장기간 공급계약을 맺고 제품 인증과 TSV·첨단 패키징 설비 투자를 선행해야 하는 제품이다. 이미 확보한 고객 물량과 투자비 회수를 고려하면 범용 D램 가격이 단기간 급등했다고 생산라인을 즉시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고 측도 업체 간 합의를 보여주는 직원 진술이나 문서, 비공개 정보교환, 비밀 증인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기각심리의 핵심은 메모리 3사의 유사한 공급전략을 시장 상황에 따른 합리적인 개별 판단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독립적인 경영 판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추가 정황이 충분히 제시됐다고 볼 것인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은 다음 달 21일 피고 측의 소송 기각 신청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