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FT는 6일 러시아가 유럽에 하이브리드전을 확대했다
- 나토는 제5조 발동 한계에 막혀 억제에 실패했다
- 라이프치히 폭발물 드론 사건이 전환점이 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갈수록 대담하게 하이브리드전(戰)을 펼치고 있지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억제'에 실패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각) 진단했다.
유럽이 이 같은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새로운 대응 방식을 신속하게 마련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의 도발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전은 실제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누가 공격했는지, 의도가 무엇인지 등을 철저히 숨기는 공격 전략이다. 사보타주(파괴공작)와 요인 암살을 비롯해 심리전, 가짜 뉴스, 외교전 등을 모두 망라한다.

■ 러, 나토 5조 '집단 방위' 조항 시험… '임계점' 이하 도발 계속
유럽 대다수 국가들과 미국·캐나다 등 32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 나토는 제5조 '집단 방위' 조항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적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한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모든 나라가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도발은 이 조항을 발동할 정도의 위협 수위는 아니라는 점에 딜레마가 있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실행한 러시아는 전쟁이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정보기관과 대리 세력을 동원해 유럽 각지에 은밀하고 치밀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접경 국가들에 드론을 침투시키고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며 창고에 방화를 저지르고 정치인들의 자택과 차량을 겨냥하고 해저 케이블을 절단하거나 훼손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주 "러시아는 점점 더 무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정도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 5조를 발동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위협 수준이 '임계점(threshold)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동부 유럽 국가의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위험 감수 성향과 무모함이 더욱 커졌음을 분명히 목격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활동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임계 수준 이하 공격이라는 개념이 러시아가 계속 한계를 시험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 서방 고위 국방 관계자는 "제5조 발동 기준에 미치지 않는 도발을 억제하는 데 우리는 분명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은) 러시아가 재래식 또는 핵전쟁으로 확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억지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서 "이제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군사 교리 전문가인 키어 자일스 연구원은 "문제는 어떤 위협이 제5조에 해당하는지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며 "그 경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는 한 러시아는 계속 그 한계를 넓혀갈 것이고, 우리가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의 폭발물 드론 사건이 '전환점'
지난달 4일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폭발물이 장착된 드론이 발견된 사건이 유럽의 각성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공항 화물 구역에서 직원이 드론 한 대를 발견했는데 이 드론에는 군용 등급의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함께 장착돼 있었다.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의 안토노프 화물기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는데 폭발했다면 연료탱크가 위치한 날개 부분이 타격을 받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 직후 공항으로 접근 중이던 또 다른 화물기 역시 다른 비행 물체와 충돌했으며, 수사 당국은 이것이 두 번째 드론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폭발물을 탑재한 세 번째 드론도 공항 인근 들판에서 발견됐다.
유럽의 국방 및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매우 매우 심각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FT는 "이 사건은 러시아가 나토를 상대로 얼마나 대담하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충격적인 경고였다"며 "나토가 집단방위 조항을 발동할 수준에는 미치지 않는 공격을 감행하는 러시아를 억제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했다.
■ 미국의 대러 정책 변화도 한 요인… 트럼프는 러 위협 축소·외면
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 변화도 나토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줄곧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위협을 축소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등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러시아에 대해 "나토를 위협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는 라이프치히 공항 사건과 관련해서도 "푸틴은 나토 영토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과 관련해서도 러시아와 푸틴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고 있다. 때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일스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공격 대상은 바뀌지 않았다"며 "달라진 것은 우리, 즉 피해자 쪽"이라고 말했다.

■ 독일 등 일부 국가의 우유부단한 늑장 대응도 문제로 지적
독일 정부는 라이프치히 공항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며 비난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폴란드 철도 사보타주 사건 때 폴란드 정부가 이틀 만에 러시아 정보기관을 배후로 규정하고 나토와의 협의를 추진한 것과 비교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전략·국가안보 담당 선임연구원 찰리 에드워즈는 "독일이 사건 직후가 아니라 이렇게 늦게 대응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여전히 러시아의 추가적인 보복이나 확전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대응 수위를 조절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런 접근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FT는 "라이프치히 사건에 대한 독일 정부의 대응은 유럽이 러시아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규탄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가 러시아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