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트럼프가 24일 김정은과의 소통을 언급했다.
- 북한은 금시초문이라며 공을 워싱턴에 넘겼다.
- 평양은 제재 완화 등 실질적 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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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잔혹사' 재연 우려에
11월 美 중간선거 놓고 수싸움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소통'을 언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둔 듯한 에드벌룬을 띄웠지만 평양 측은 '금시초문'이라며 공을 워싱턴에 넘겼다.
북한은 한미 합동 군사연습의 규모 축소와 조기 종료 국면에서 대미 비난 수위를 조절하며 미국 측의 추가 움직임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24일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미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주말 내내 조선중앙통신과 방송매체도 침묵했다.
최고지도자인 국무위원장 김정은 역시 수일째 군사 분야를 비롯한 공개 행보를 접은 채 장고(長考)에 들어간 모양새다.
물론 겉으로는 느긋하게 '공은 트럼프 코트에 있다'며 여유를 부리는 입장이지만 평양 내부의 셈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 보인다.
트럼프의 러브콜에 응할지, 아니면 '마이웨이'를 고수하며 장기전에 들어갈지를 두고 북한 지도부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짜 입장권은 없다"… 김정은의 3대 핵심 고민
김정은이 선뜻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하노이 노딜'의 트라우마와 실질적 반대급부의 부재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심 유엔 대북제재 5건의 해제를 교환하려다 결렬됐고 결국 빈손으로 평양에 돌아갔다.
이 사건은 김정은에게 극심한 정치적 내상을 남겼다. 그 트라우마는 여전해 보인다.

북한은 현재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 없는 대화'나 연합훈련의 일시적 축소 수준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습니다.
2023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립한 '강 대 강, 정면승부' 기조를 번복하려면, 최소한 금융 제재 일부 완화나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규정된 원유 공급 제한(연간 정제유 50만 배럴 캡) 완화 등 눈에 보이는 실질적 과물이 먼저 담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 미국 정치 지형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관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치적을 쌓기 위해 톱다운(Top-down) 방식을 제안하고 있지만, 미 조야의 기류는 냉랭하다.
워싱턴 정치권 및 의회에서는 트럼프의 대북 접근 방식을 "독재자에게 판을 깔아주는 이벤트성 외교"라 비판하며, 비핵화 전제 없는 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하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와 톱다운 합의를 이루더라도 미 의회의 반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경우 합의가 파기될 위험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럼프의 임기는 2년 여를 남긴 상태다.
셋째, 내부 경제난과 중·러 밀착이라는 '믿는 구석'의 존재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가중된 경제난 속에서 2021년 발표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 이행과 지방발전 20×10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미국과의 성과 없는 지루한 밀당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밀착 및 중국과의 교역 회복을 통해 숨통을 트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북·러 교역량은 최근 수년간 전년 대비 2~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배짱을 튕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탐색전에서 전격 회동까지… 향후 단계별 전망
대북 전문가들은 현 소강상태가 장기화하면 북미 정상회담의 모멘텀이 상실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 '개인적 친분'이라는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지만 트럼프의 '결정타' 없는 제안 수준에 머물고, 김정은의 버티기가 이어진다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선 1~2개월 내의 단기 국면에서는 '탐색전과 관망'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측에서 제재 완화나 훈련 중단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 등의 담화를 통해 수위 조절용 메시지를 던지며 워싱턴의 반응을 떠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미의 외교적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며 기싸움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기적으로는 오는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까지가 최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판세를 뒤흔들 외교적 반전 카드로 대북 제재의 일부 유예나 인도적 지원 재개 등 실질적인 선물을 제시한다면, 양측은 비공식 친서 교환 등을 통해 전격적인 물밑 조율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제3국을 무대로 하거나 원산·평양을 전격적으로 낙점하는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의 조야 반발이 거세져 협상이 공전하거나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될 경우, 북한은 즉각 '정면돌파전'으로 회귀할 것이다.

대화 기대감이 완전히 소멸하는 순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각발사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다시 극단적인 경색 국면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北, 워싱턴에 '셈법 변화' 압박할 듯
결국 김정은의 다음 수순은 '미국이 먼저 판돈을 얼마나 올리느냐'에 완전히 달려 있다.
북한은 당분간 공식 대화 재개에는 선을 그은 채, 김여정을 내세운 비공식 담화로 워싱턴의 셈법 변화를 압박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전략무기 고도화 스케줄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중러와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것이다.
워싱턴이 말뿐인 러브콜을 넘어 북한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구체적 조치와 셈법의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평양의 정적과 깊은 장고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김정은의 버티기가 '장고 끝에 악수'로 이어져 또 한번 하노이에서의 굴욕 같은 상황을 맞을 공산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