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코스닥 36개사가 주가·시총 미달로 관리종목 됐다
- 흑자 기업도 포함돼 저평가와 부실의 경계가 논란이다
- 당국은 안전장치 보완을 검토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액면병합 276건, 1년 새 23배로 급증
주가는 올려도 시총은 그대로, 퇴출 앞둔 상장사 고심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코스닥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온 한 소비재 제조업체 대표는 요즘 상장 유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 30년 넘게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판로를 넓히며 자리를 지켜왔지만 투자자의 관심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성장 업종으로 쏠리면서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1000원 안팎에 머무는 주가는 이제 상장 유지와 연결된 경영 현안이다.
생활용품을 주력으로 성장한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기존 사업에 머물지 않고 기능성 소비재와 뷰티·헬스케어로 영역을 넓혔지만 시장의 평가는 따라오지 않았다. 회사는 자사주를 사들이고 경영진이 사재를 넣으며 기업가치를 알리는 데 나섰지만 투자자의 눈길을 끌기는 쉽지 않다는 게 경영진의 하소연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주가나 시가총액 요건 미달로 36개 종목을 관리종목에 지정한다고 밝혔다. 코스피 9개와 코스닥 27개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 기업의 최근 공시 실적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이면서 전년 동기보다 개선된 기업이 6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영업이익이 흑자인 기업은 11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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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흑자를 냈다고 모두 좋은 기업인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실적 개선일 수도 있고 성장성이 떨어지거나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주가가 오랫동안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경영진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낮은 평가가 이유 없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실적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 지배구조, 주주환원 등을 가격에 반영한다. 거래가 거의 없거나 기업가치가 장기간 정체된 종목을 그대로 두면 시장 신뢰와 자금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부실기업이 상장 지위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일도 막아야 한다.
문제는 주가와 시가총액만으로 부실기업과 저평가 기업의 경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가를 수 있느냐다.
올해 7월 1일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졌고 주가 1000원 미만 요건도 신설됐다. 주가나 시가총액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된다. 최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은 약 6주다.
비교할 대상이 있다. 미국 나스닥도 최저 매수호가가 1달러 미만인 상태가 30영업일 연속 이어지면 기준 미달 사실을 통보한다. 이후 180일 동안 원칙적으로 10영업일 연속 1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요건을 회복한 것으로 본다. 나스닥 캐피털마켓 기업은 주가 외 다른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등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180일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최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은 비슷하지만 회복에 허용되는 기간과 조건은 크게 다르다.
우리 제도의 45거래일 연속 요건은 중간에 하루라도 기준을 밑돌면 처음부터 다시 계산한다. 1000원선에서 오르내리는 종목에는 상당히 높은 문턱이다. 새로 도입된 주가 요건에는 비교할 과거 기준이 없지만 기존 시가총액 요건은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과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모두 상회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다.
200억원과 1000원이라는 절대 기준은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시장 상황과 수급의 영향도 받는다. 시장 전체가 급락하면 기준 미달 가능성도 커진다. 일례로 7월 한 달 코스닥지수는 21.44% 내렸다. 개인은 올해 들어 8월 3일까지 코스닥에서 10조306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의 영향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쓸 수 있는 수단도 요건에 따라 갈린다. 이번에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된 36개 종목 가운데 15개는 주식병합을 예고했다. 한화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상장폐지 개혁안이 발표된 2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추진된 액면병합은 2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배였다. 하지만 액면병합은 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당 가격을 높일 뿐 이론적으로 시가총액을 바꾸지 않는다. 주가 요건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시가총액 요건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당국이 제도를 강화한 이유는 분명하다. 부실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남아 투자자 피해를 키우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코스닥에는 1353개사가 들어왔지만 퇴출된 기업은 415개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8.6배로 커졌지만 지수는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코스피는 시가총액이 6.7배, 지수가 3.8배 늘었다. 부실기업을 신속히 내보내야 한다는 진단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당국도 경계의 문제를 알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증시 변동성이 크고 업계 우려도 큰 만큼 제도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도 국회 서면답변에서 요건 변경은 시장 경쟁력과 기업 간 형평성, 시장 참여자의 예측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한 것은 제도의 후퇴가 아니라 경계에 두는 안전장치다. 회복 기간을 늘리거나 현행 기간을 유지하되 제한적인 보완 심사를 두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자본잠식이나 중대한 공시 위반이 없고 일정 기간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이 확인되는 기업에 한해 개선계획과 추가 공시를 전제로 한 차례 더 판단받을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낮게 평가받는 사업과 기업의 계속성이 훼손된 사업을 구분하는 절차다.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 안전장치가 줄이려는 것은 퇴출 대상이 아니라 정량 기준의 경계에서 잘못 걸릴 위험이다. 이는 상장기업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해당 기업 주주의 재산권과 시장의 신뢰를 함께 지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시장에 남을 자격이 있는지를 가리는 일까지 정량 기준처럼 단순할 수는 없다. 문을 빨리 닫는 일과 잘못 닫지 않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