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예멘 후티 반군이 20일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사우디 선박 통항 차단을 선언했다.
- 호르무즈와 홍해, 흑해까지 막히면 유가 120달러 재돌파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
- 흑해 교전과 슈퍼 엘니뇨·폭염으로 곡물가와 식품 가격이 치솟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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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호르무즈 해협과 흑해 항로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인 상황에서 홍해 뱃길마저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해 차단될 위기에 놓였다.
중동산 에너지 수송로가 동서 양쪽에서 모두 막힐 경우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20달러를 넘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흑해 교전이 격해지면서 밀과 옥수수 가격은 연일 들썩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들이닥친 폭염과 슈퍼 엘니뇨로 식량 불안이 내년까지 계속 커질 것이라는 경고도 뒤따랐다.
◆ 홍해 길목 막겠다는 후티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뱃길까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와 거의 4년 만에 무력 충돌을 빚은 예멘의 후티 반군은 간밤(현지시간 20일) 사우디 선박의 통항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홍해의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사실상 폐쇄할 것이라는 경고다.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중동 에너지를 유럽과 아시아로 실어나르는 주요 수송로 중 하나다.
후티 반군은 성명에서 "눈에는 눈이다. 사우디가 우리에게 가한 부당하고 억압적 조치에 맞서 사우디 적들에 해상 금수조치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실제 몇 차례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만으로도 봉쇄 효과를 낼 수 있다. 유조선 한두 척만 피격되면 여기를 지나는 선박들은 알아서 몸을 사리게 된다.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적용하는 해상 보험료는 이미 인상되고 있고 항로 안전이 더 위협 받으면 신규 보험 계약 자체가 막힐 수 있다. 그렇게 지난 2월말 이란전쟁 개전 직후 목격했던 자의반 타의반의 봉쇄가 펼쳐진다.

◆ "홍해까지 막히면 유가 120달러 돌파 가능성"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 반군은 비대칭 전술의 실력자다. 이미 그 위력을 여러 차례 증명해 보였다.
지난 2023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 글로벌 해상 무역을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그 해 10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 전쟁이 벌어지자 후티 측은 팔레스타인 지원을 위해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했다.이스라엘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주장했지만 홍해 뱃길은 상당 기간 제구실을 못했다.
2019년에는 드론과 미사일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과 유전을 수십 차례 공격했는데, 당시 아람코의 일부 유전과 정유시설은 한 달 넘게 가동이 중단됐다.
이란전쟁 발발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에너지 해상 수송량의 20%를 책임졌다. 중동의 서쪽 항로인 홍해를 통해서는 전 세계 해상 교역량의 12~15%가 지난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뱃길이 불안해지면서 사우디는 최근 석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육상 송유관과 얀부항을 경유하는) 홍해에 의존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사우디는 4월 이후 얀부 항을 통해 일평균 450만 배럴 이상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그중 약 70%가 아시아로 향했다.
컨설팅 업체 스트라타스 어드바이저스의 존 페이시 대표는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차단될 경우 "원유 가격뿐만 아니라 정제유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전개 하에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15~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으며 선박들이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더 긴 항로를 택할 경우 운송비와 보험료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불안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흑해 불안에 곡물가 들썩...슈퍼 엘니뇨와 폭염 가세
전쟁의 화염은 흑해의 곡물 수송도 가로막았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핵심 항로다. 수확을 마친 밀과 옥수수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 등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이 잇따르면서 발이 묶였다.
지난 5월 하순부터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잇따르자 러시아도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을 차단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흑해를 지나던 기니비사우 선적의 튀르키예 곡물 운반선이 러시아 군의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해당 선박의 선원 6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고 알렸다.
현지시간 20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2년래 최고치에 다가섰다가 하락세로 마감했다. 밀 선물은 전일보다 8.75센트 내려 부셸당 6.74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달 8일 이후의 상승패턴, 좀 더 길게는 1월 21일 이후의 상승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 오름세는 대두와 옥수수 가격도 밀어올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두 선물은 23.25센트 올라 부셸당 12.26달러에 마감했다. 옥수수 가격도 5.5센트 상승한 4.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석유 대체품인 바이오 연료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바이오 연료 생산에 쓰이는 옥수수와 대두 가격도 덩달아 들썩였다.

슈퍼 엘니뇨 경고에다, 지구촌 곳곳을 달구는 폭염까지 겹쳐 주요 곡물 산지의 작황이 내년까지 계속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맨그룹은 강력한 엘니뇨가 현실화할 경우 식품 가격 상승률이 2027년까지 두 자릿수 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슈퍼 엘니뇨' 경고에 원자재 시장 술렁…농산물 넘어 금속까지 '기후 쇼크'
유엔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 가격과 곡물 가격은 지난달(6월)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정학적 불안과 기상 악화로 오름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를 통화정책의 준거점으로 삼지만, 일상은 근원 물가를 중심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식품과 에너지는 가계가 매일 소비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모든 재화와 용역(공산품과 서비스 상품)은 에너지 없이 생산할 수 없기에 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근원 물가를 밀어올린다. 곡물 가격 오름세 역시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파급되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게 모여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중앙은행들은 바빠진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