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11월 9일부터 모든 주류에 음주운전 경고문구·그림 표시를 의무화했다.
- 주류업계와 한국술생산자협회는 전통주 라벨 훼손·비용 부담 가중으로 K-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후면표시 등 완화를 촉구했다.
- 수출·영세 양조장 현장에선 국내용·수출용 이중 라벨로 비용이 늘어 K-술 세계화 정책과 규제가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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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브랜드 경쟁력 저해…인쇄 비용 증가" 우려
K-푸드와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동안 한국의 주류 산업은 제도적 한계 속에 머물러 있다. 막걸리는 국가무형문화재지만 법적 전통주가 아니고, 한국 전통주를 나타내는 표기 조차 부처마다 다르다. 성장하는 위스키 산업은 규제와 세금의 벽에 막혀 있고,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도 미미한 수준이다. <뉴스핌>은 'K-술 리포트'를 통해 한국 전통주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오는 11월부터 모든 주류 제품에 음주운전 경고문구와 경고그림 표시를 의무화한다. 음주의 건강 위해성과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주류업계는 K-술 세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규제가 잇따르면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영세 양조장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과 관련 고시가 오는 11월 9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수입되는 모든 주류에는 기존 건강 경고문구와 함께 음주운전 금지 문구 또는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특히 문구 중심이던 표시 방식도 그림을 함께 사용하는 형태로 바뀐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국민 건강 보호와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경고그림은 문구보다 시인성이 높아 음주의 위험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소비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협정에 따라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반면 업계는 산업 육성 정책과 규제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K-술 수출 확대와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동시에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제한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통주와 프리미엄 증류주 업계는 병 디자인과 라벨이 제품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접하는 접점인 만큼 경고문구와 그림이 확대되면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소규모 양조장의 경우 국내 판매용과 수출용 라벨을 각각 제작해야 해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다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은 임신부 음주 위험 등을 알리는 경고문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도 암 발생 위험 등을 담은 경고 문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규제 수준과 표시 방식에는 차이가 있어 산업 경쟁력과 공중보건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술생산자협회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경고그림 의무화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한눌 한국술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전통주 라벨은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라 생산자의 철학과 대한민국의 역사, 지역의 문화가 담긴 문화적 자산"이라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K-푸드와 전통주 전면에 혐오감을 유발하는 문구와 그림을 강제하는 것은 전통주 문화의 품격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제 막 성장하는 전통주 산업에 과도한 시각적 규제를 적용하면 시장이 자리 잡기도 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전통주는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농촌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인 만큼 일반 주류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경고문구와 그림을 라벨 전면이 아닌 후면에 표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전통주 생산자는 대부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지방 양조장인 만큼 과도한 규제는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생산과 유통, 교육 산업까지 위축돼 지방소멸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술을 해외로 유통·공급하는 더술컴퍼니는 이번 규제가 수출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양조장의 비용 부담을 키워 장기적으로는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용 제품은 국가별 표시 기준에 맞춰 별도의 라벨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경고문구를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판매용과 수출용 라벨을 각각 제작·관리해야 해 디자인과 인쇄, 재고 관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보나 더술컴퍼니 매니저는 "수출 제품은 수입국에서 요구하는 표시 기준에 맞춰 별도 라벨을 사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출 차질은 없다"면서도 "소규모 양조장은 국내용과 수출용 라벨을 따로 운영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업체들도 한국 시장만을 위해 별도 라벨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결국 국내 업체와 해외 거래처 모두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K-술 산업 정책을 보다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브랜드 육성과 수출 지원, 세제 개편, 규제 정책이 각각 추진되기보다 하나의 산업 전략 안에서 유기적으로 추진돼야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영세 양조장의 부담에 공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을 위한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영세 양조장의 현실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업체들은 제품마다 라벨 동판을 새로 제작해야 하고 이미 인쇄해 둔 라벨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현장 의견을 관계부처에 전달하며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plum@newspim.com












